■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해라, 늙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해라, 늙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10.11 08:27
  • 호수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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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송우영
우농 송우영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잘 알려진 동진東晉 후기에서 남조송대南朝宋代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田園詩人 도연명陶淵明은 자신의 잡시雜詩에서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이라 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세월을 아끼는 말이다.

공자님이 일생을 두고 아끼셨던 것은 시간이다. 그래서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꽉 찬 인생을 사시다 가신 분이다. 그러하기에 공자님은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쉬고 놀고 하는 것에 그다지 마뜩찮아 하신다. 마침 노나라 군주 정공定公은 향락에 빠져 있었으니 공자님은 그런 나라에서는 기대할 예학禮學이 없다고 단정하고 여러 나라로 유세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 첫 번째 나라가 위나라다.

이 장면이 논어 자로편 13-9문장에 기록되어 있다. 공자님께서 위나라에 가시니<자적위子適衛> 제자 염유가 수레를 몰았다.<염유복冉有僕> 본래 수레는 번지라는 제자가 몰았으나<논어 위정편2-5문장 樊遲御 번지가 수레를 모니> 이날은 염유가 몰았다. 이에 공자님은 말씀하신다. “백성이 많구나.<서의재庶矣哉>” 염유는 말한다.<염유왈冉有曰> “백성이 많으면<기서의既庶矣> 어떻게 해야 합니까?<우하가언又何加焉>”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부지富之>” 염유는 말한다.<염유왈冉有曰> “부유하게 했으면<기부의既富矣>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합니까?<우하가언又何加焉>”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가르쳐야 한다<교지教之>”

이 문장은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풀어 말하면 국가는 백성을 부자로 만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백성은 그 부유함으로 인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문제는 국가는 백성을 부유하게 만들어 줄만큼 뛰어난 정치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왜냐면 정치라는 것은 공부의 마침이다. 공부는 수신으로 시작해서 제가를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검증한 뒤에 치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고 훌륭히 치국을 했다면 비로소 온 백성을 평천하하게 하는 것어야 한다. 이는 경전에서 가르쳐주는 공부의 시작과 마침인데 대부분의 정치하는 자들은 이렇게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러니 누가 정치를 하든 백성들의 삶은 여전히 그런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공자님은 바로 이점을 지적하고 있는 거다. 부유하게 살고자 하지만 정치를 믿을 수가 없다.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만 부유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바로 이점이 공자님께서 몸소 온몸으로 실천하여 보여준 공자님 방식의 공부법이다. 논어 자한편 9-6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태재가 자공에게 물어 말한다.<태재문어자공왈大宰問於子貢曰> “공자님은 성인이십니까?<부자성자여夫子聖者與> 어찌 그리도 다 능하십니까?<하기다능야何其多能也>”

그러자 자공은 대답하기를<자공왈子貢曰> “진실로 하늘이 그분을 성인이 되게 하시고<고천종지장성固天縱之將聖> 또 다 능하게 하신 겁니다.<우다능야又多能也>” 라며 스승 공자님을 한껏 올려서 말했다. 다음 날쯤에 공자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길<자문지왈子聞之曰> “태재가 나를 아는구나.<태재지아호大宰知我乎> 나는 어려서는 천했노라<오소야천吾少也賤> 그래서 비루한 일들에 능하니라.<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그렇다고 군자가 잘하는 일이 많아야 하는가?<군자다호재君子多乎哉> 많지 않아도 되니라.<부다야不多也>”

풀어 말하면 공자님은 어려서 가난했고, 국가는 그 가난에 대해 나 몰라라 했고, 이에 살아남기 위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했고 그렇게 일해도 도저히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이니까 마지막 선택한 것이 공부다.

논어 위정편 2-4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나는 열다섯 살에 공부에 뜻을 두었노라. 그리고 서른 살이 되니까 세상이 우뚝 설 수가 있었노라. 그리고 마흔 살이 되니까 누가 무슨 말로 유혹해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노라. 그리고 오십 살이 되니까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노라, 그렇게 살아 육십 살이 되어보니 재물도 많고 배움도 깊고 하다 보니 누가 뭐라고 해도 너그럽게 웃을 수 있었노라,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70살이 되니까 이제 무슨 짓을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노라.”

이것이 그토록 가난했던 공자님께서 공부하신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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