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9)
수영이(9)
  • 뉴스서천
  • 승인 2002.06.27 00:00
  • 호수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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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아악! 애가 다쳤어요!"
하는 어른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어요.
'사고가 났어. 사고야. 가볼까? 아냐, 안 가보는 게 낫겠어.'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었어요. 언젠가 아빠 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갈 때 아스팔트 한 가운데 피 흘리며 누워 있던 하얀 개의 모습이 순간 떠올랐어요.
'수영이 녀석은 보고 있을거야. 그래 맞아. 그러느라 아직 안 오는거야.'
발은 떨어지지 않고, 생각은 자꾸만 슈퍼 앞으로 날아가고 있었어요.
그때 낯익은 울음 소리가 크게 들려왔어요.
"형∼아! 형∼아! 엉엉"
'우영이 목소리인데, 어? 이상해. 아무래도 가봐야겠어.'
나는 비틀비틀 롤러블레이드를 타며 슈퍼 앞으로 다가갔어요.
"많이 다친 것 같애."
"병원으로 먼저 옮겨야지 뭐하고 있어요?"
"이 애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어른들은 울타리를 치고 웅성거렸어요.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 난 작은 틈으로 수영이의 롤러블레이드가 삐죽 나와있었어요.
바퀴가 깨져나가긴 했지만 그건 분명 지난 봄 수영이가 생일 선물로 받은 은색 롤러블레이드였어요.
"수영아! 수영아! 아! 수영아!"
숨이 막혀서 더 이상 수영이 이름을 부를 수 없었어요.
"아는 애냐?" 하고 묻는 소리가 언뜻 들려왔어요.
" 수∼영아! 엄마! 엄마! 할머니! 할머니! 안돼!"
온 몸이 축 쳐지고 피로 물든 수영이가 차로 옮겨지고 있었어요.
누군가 수영이 손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빼내는 걸 보고 나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어요.
"아이고 시상이, 어린 것이 얼매나 놀랬을거여….
아이고, 이 일을 어쩌면 좋아 히잉…."
"할머니…"
"이잉, 정신이 드냐? 어이구! 그려 할미 여기 있어."
어떻게 된건지 나는 우리 집, 내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할머니, 수영이는? 수영이 어디있어?"
"아이고, 원우야, 어쩌냐, 수영이는 인자 어쩌냐? 히잉잉"
할머니 목소리에서 쉰 울음소리가 쏟아져 나왔어요.
"꿈이 아니었어. 꿈이 아니었어. 꿈이 아니었어."
자꾸 이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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