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간질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6.15 00:00
  • 호수 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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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훈 /
  서천군보건소
  신경정신과전문의
대뇌는 뉴런이라 불리는 수많은 뇌세포들이 마치 컴퓨터 회로처럼 서로 연결되어 미세한 전기적 이동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때로 뇌신경 세포의 갑작스럽고 비정상적인 전기적 활동으로 인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발작” 또는 “경기(驚氣)”라고 한다. 이는 수많은 전기시설을 갖고 있는 건물에서 잘못되어 전기의 누전이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발작은 이상이 있는 뇌의 부위에 따라 의식의 소실, 사지의 경련, 언어장애, 신체의 이상감각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발작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을 “간질”이라고 한다.

외국 통계에 의하면 전 인구의 약 0.5~2%가 발작을 한 번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것은 당뇨병의 발병율과 비슷한 정도로 매우 높은 수치이다. 또한 매년 10 만명 당 45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약 30~50만 명의 간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2만명 정도의 새로운 간질환자가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 증상
발작은 뇌에서 갑작스럽게 비정상적으로 과다한 전기적 방전에 의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밤이든 낮이든 아무 때나 또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발작은 대발작과 부분발작으로 크게 구분한다.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경기(驚氣)는 눈을 치켜뜨고 팔다리가 뒤틀리며 소리를 지르고 입에 거품을 무는 발작으로 알고 있다. 이는 대발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대발작 보다 부분발작이 더 흔한데, 부분 발작의 증상은 경기가 뇌의 어는 부분에서 시작되는지 또는 뇌의 다른 부위로 얼마나 퍼져 나가는가에 따라 환자마다 경기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남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본인만 아는 느낌 또는 전조 증상, 갑자기 지금까지 익숙하던 현실이 낯설게 느껴지거나(자메뷰-jamais vu), 낯설은 것, 처음 보는 것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데자뷰-dj vu),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들리거나 보이는 등의 환시나 환청, 불러도 반응이 없으며 무언가 만지려 하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의 이상한 행동, 갑자기 무언가에 놀랜 듯이 움찔거리는 증상 등이 반복될 때는 부분성 간질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 원인
간질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무수히 많으나 연령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를 수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그 원인을 찾아 선행원인을 교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소아 연령에서는 유전적 요인, 임신 및 출산 그리고 산욕기 동안의 약물의 노출, 감염, 손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른의 경우에는 소아영역의 간질의 원인과는 다르게 선천적인 원인보다는 후천적인 원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어른에서의 간질의 원인으로는 해마 경화증, 뇌종양,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뇌 손상, 뇌염, 뇌수술후의 후유증, 뇌졸중, 임신 중독증, 그리고 알코올 중독 등의 매우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간질의 수술적 치료로서 완치율이 높은 해마 경화증은 어른에서 가장 흔한 측두엽 간질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 치료 
간질 치료의 목표는 발작증상을 방지함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결될 수 있는 원인이 확인되면 그 원인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계속되는 간질인 경우, 간질이 형태를 정확하게 진단받은 후 적합한 항경련제를 복용하게 된다.

약 80% 정도는 항경련제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약 20%에서는 약물로 간질조절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뇌혈관 기형 등 뇌 속의 기질적 이상을 확인할 수 없더라도 여러 세밀한 검사를 통하여 발작을 일으키는 뇌의 부위를 알아낼 수 있고 수술적 치료가 좋을 것으로 결정이 되면 원인이 되는 부위를 수술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간질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주변사람이 발작을 일으킬 때에는 우선 발작하는 것을 강제로 억제할 필요는 없으며, 주변에 부딪쳤을 때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들을 치워야 한다. 입안에 고인 침 등이 저절로 나올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환자의 몸을 돌리도록 한다. 다만, 강제로 입안에 들어있는 것을 빼내거나 입에 다른 물건을 넣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발작은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처음 간질발작을 하는 환자인 경우는 원인질환 파악을 위해 신경과가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며 간질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의 회복 없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간질 중첩증”인 경우는 응급상황이므로 빨리 병원 응급실로 후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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