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부동(五獸不動)
오수부동(五獸不動)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9.14 00:00
  • 호수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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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환 / 종천면 백운마을

낙조의 광경에 웅혼한 시심이 절로 우러나는 아름답고 위대한 우리 앞바다였었다. 너울대다 갯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 바다를 끌어안으려는 듯 곱게 휘어진  어머니품안처럼 항상 해안은 거기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우리 지역 해안가는 도시민들의 피서와 갯벌체험 후 버려지는 양말 등의 쓰레기와 각 종 어구(漁具), 그리고 수많은 생활쓰레기가 넘쳐 방치되어 있다.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 우리의 양심까지 버려진듯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17세기 산업혁명이후 화석(化石)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되고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자연의 순환 및 정화체계를 마비시켰다. 인간의 무모한 편리추구로 자연환경은 파헤쳐지고 길을 내주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하여 환경오염에 대한 학자들의 무시무시한 경고를 수없이 들어왔다.

근래의 뉴스에 동해에서 아열대어종인 보라문어가 잡히고, 서해에서는 멸치와 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히는 등 어족자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 등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전보다 길어진 강우일수에 장마가 아닌 아열대기후인 우기로 봐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같이 무수한 자연환경변화에 따른 생태주의와 환경 NGO단체들의 활동이 보편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죄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과 위대함에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 경외심(敬畏心)을 가지고 바다를 대하여야 한다. 우리지역 해안과 바다는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이미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 풍요로운 갯벌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해안인근마을의 생활구조도 많이 변화되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바다를 잘 활용하고 보존하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바다를 온전히 자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오수부동(五獸不動)이란 말이 있다.

쥐는 고양이를, 고양이는 개를, 개는 범을, 범은 코끼리를, 코끼리는 쥐를 꺼리어 하여 움직이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바다를 누리는데 있어 오수부동같이 바다는 바다로서의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기에 바다를 두려워하고 우리의 분수를 지켜가야 하는 것이다.

해양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미루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미 저질러진 오염에 대해서는 분명한 처리와 사후 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복구에 대한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각 종 오염원에 대한 경계, 바다와 어울림이 전혀 없는 오만함에는 갯벌은 여전히 신음하고 바다는 우리를 비롯한 자손에게 그대로 되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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