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 연구가 권오달씨
자신의 색깔을
뽐내지 않고
자신의 빛깔을
잊지 않는 천연 염색은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한다
봉선화로 손톱에 물을 들이던 기억, 감 먹다 감물이 옷에 떨어져 빨아도 지워지지 않던 기억들 어쩌면 천연염색은 이렇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즉 천연염색은 자연 속에 살며 자연 색에 절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윽함을 더하는 우리 색 물들이기에 빠져 자연과 함께 늙어 가는 권오달씨(62·한산면 지현리)의 마당에 들어서자 때때옷을 입은 모시천이 가을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천연염색이 화학염색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월이 지나며 스스로 그윽한 빛을 내는 모습에 반해버렸어요”
올해 3년 전부터 농업기반공사와 연계하여 연구한 ‘한산모시 품질향상을 위한 천연염료염색 기술개발’ 논문을 발표한 권씨는 그동안 구전으로만 내려오던 천연염색을 체계화한 것에 보람이 크단다.
특히 중국모시의 수입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던 모시를 다양한 변화로 품질을 향상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인 것에 그 성과가 있다.
또한 지난 10년동안 영세하게 홀로 고군분투하던 천연염색을 재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며 식물의 뿌리나 줄기, 잎 등 천연식물성 염색을 기저로 해서 자연의 색을 찾아냈다.
재료의 종류는 쪽을 비롯하여 소나무 껍질, 꼭두서니, 딸기, 들깻대 등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권씨가 이처럼 모시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부인(홍경자)이 생계수단으로 모시를 짜며 농촌진흥청잠사곤충연구소 천연염색 강습회를 받으면서 부터다.
교육을 받은 권씨는 부인의 모시옷에 사용할 천을 염색하며 아주 작은 변화에도 색이 다양해지는 모습에 반해 노트에 연구결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염색을 할 때 모시의 경우 다른 직물에 비해 염색이 어려우므로 염매제 사용이 중요한데 식초, 잿물, 철 등 여러 시약을 사용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화학염료의 발명으로 점차 사라졌던 천연염색은 편안하고 은은한 자연색감, 기성품이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화학염색 옷보다 천연염색 옷감이 건강에 좋은 것이 알려지면서 그 인기는 더해가고 있으며 지역의 전통적인 섬유와 민예품으로 중요한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모시와 천연염색의 가격이 비싸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권씨는 후계자를 양성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앞으로 영세하게 가내수공업으로 천연염색을 하며 우리 정서와 생활철학이 담겨진 민속색채로서 전통 염색문화를 이끌 것을 다짐하는 김씨, 자신의 빛깔을 뽐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빛깔을 잊는 법이 없으며, 그냥 스스로를 드러내는 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자신을 던져 버릴 수 있는 겸양의 미덕을 갖고 있는 천연염색을 닮고 싶단다.
우리 색 물들이기에 반해 버린 권씨의 얼굴에는 벌써 자연의 고운 빛이 절로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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