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를 통해 이룩하는 ‘지역 에너지 자립’
◆연재를 시작하며
‘생태주의(生態主義)’는 ‘ecologism’을 번역한 말로서 인간의 생태(生態)와 환경의 관계를 대립으로서가 아닌 자연스러운 어울림으로 보려는 이론이나 학설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상입다. 따라서 ‘생태도시’란 이러한 철학을 구현하는 도시일 것입니다. 산, 들, 바다, 강으로 둘러싸인 서천군은 군정 목표로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성장주의의 뒷전에서 소외감을 느껴온 주민들은 이같은 생태도시의 개념이 생소할 뿐 아니라 군 당국에서 내거는 슬로건도 구호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이에 뉴스서천에서는 타 지역의 생태주의와 관련된 사업을 소개하여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지속가능한 삶인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오랜 농경문화를 지닌 우리 민족은 수천년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즉 유기농이 ‘관행농업’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업을 관행농업이라 부르게 되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즉 친환경농업은 지력을 보존해가며 짓는 농사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을 약속하지만 관행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크게 의존한다.
1840년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1803~1873)는 질소와 인산염, 칼륨이 농작물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내 인공 비료 개발의 단서를 열었다. 1909년 독일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암모니아 합성법으로 대량의 인공 비료 생산이 가능해졌다.
석유를 먹고 산다
이후 1920년 이후 화학자들은 석유 속에 포함되어 있는 많은 종류의 화합물 즉, 염분, 유황분, 가스, 희귀한 금속성분, 기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을 분리·식별하는데 열중하였다. 석유는 탄소원자와 수소원자의 복잡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는데 분자 등의 원자의 수와 위치를 바꾸기만 해도 어느 화합물에서 다른 화합물로, 또한 수 천 가지의 새로운 화합물로 변화시킬 수가 있다. 이러한 석유화학의 발전으로 태어난 것이 화학비료이다. 즉 화학비료의 원료 석유이다. 또한 농기계를 작동하고 운반하며 가공하는 데에도 석유가 들어간다. 따라서 우리가 밥 한끼를 먹는 것은 석유를 먹는 것이다 다름없다.
석유는 화석연료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며 그 매장량도 무한한 것이 아니어서 석유에 의존하는 농업은 근본적으로 생태주의에 반한다. 그렇다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는가. 원시시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주민들이 일치 단결하여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농사를 짓겠다’ 결의를 다지고 이를 하나씩 실천해가는 마을이 있다. 전북 부안군 주산면 갈촌리 꽃밭시암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20여년 전부터 김인택(49)씨를 중심으로 친환경 농업으로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 전체가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한지 10여년이 흐른 2004년 이들은 큰 변화를 경험하였다.
친환경 농업으로 돌아온 뜸부기
농수로에 말조개가 되살아난 것이다. 말조개가 살아나자 말조개와 공생하는 각시붕어가 살아났다. 또한 5.3ha의 고산골 방죽이라는 마을 저수지에 가시연꽃과 뜸부기가 돌아왔다. 가시연꽃은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보호 하고 있는 귀한 식물이고, 뜸부기는 천연기념물 446호다.
화학비료를 치는 것만으로 이들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라고 김인택씨는 말했다. 주민들은 발효미생물을 이용하여 도랑을 깨끗이 치웠으며 폐식용유를 수거하여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며 합성세제를 추방하였다.
고준위핵폐기장 반대로 들끓어올랐던 주민들은 내가 사는 마을에서 내가 쓸 에너지를 만들어 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바로 ‘지역 먹을거리’ 뿐만 아니라 ‘지역 에너지’까지 실천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곳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꽃밭시암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 흔히 심던 유채에 주목하였다. 2007년 결성된 ‘전북 유채 네트워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유채네트워크는 바이오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위해 이 중심에 서는 전국의 유채 농가들을 대변하기 위한 모임이다.
유채는 3.3㎡당 7.9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2.5kg의 산소를 생산한다.
또 1.33kg의 유채씨는 0.53kg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경유를 유채 기름으로 대체하면 kg당 이산화탄소 2.2kg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유채 재배 면적이 55만ha까지 확대되면 농업보호, 환경 개선, 석유 수입 대체 등 2조 371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채기름으로 움직이는 트랙터
전북 유채네트워크의 송병주 대표는 “유채는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농촌위기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역의 에너지 자립과 공동체에 기반한 자원순환형 사회가 유채를 통해 현실화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유채 예찬론을 편다.
부안군은 시범 사업을 시작하던 2007년부터 기술 교육과 안내 전단을 돌리는 등 사전 교육을 마치고 442ha에 파종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유채 이모작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고작 77ha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좌절 속에도 꾸준한 교육과 애착으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487ha를 파종하고 392ha를 거둬 들이면서 5배 가량 성장을 이뤄냈다.
‘석유없이 농사짓기’를 표방하며 해마다 유채꽃 축제를 벌이고 있는 꽃밭시암마을에서는 올해에도 마을 들판 12ha(3만6천평)에 유채를 심었다. 지난 5월 10일 오후 유채꽃 축제를 벌이고 있는 부안군 주산면 꽃밭시암마을에 가보았다. 노란 유채꽃이 들판을 덮고 있는 가운데로 트랙터 한 대가 아이들을 싣고 운행을 하고 있었다.
유채 기름으로 간다는 것이다. 본래 디젤엔진은 식물성 기름인 땅콩 기름을 사용한다는 전제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트랙터를 운전한 주민 박철완(43)씨는 우선 매연이 거의 없어 좋다는 것이고 동력도 경유에 비해 더 낫다고 말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제1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바이오디젤은 대체 연료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과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고 농가 소득과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지난 2006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다.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오디젤 원료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농가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경제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료를 생산하는 농가에는 생산 보조금이나 지원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정유사 등 업체에도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가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에는 2% 가량의 유채기름 등 바이오 디젤이 섞여 있다. 정부는 매년 0.5%를 늘려 2012년 3%까지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는 극히 미미한 양이다.
“정부는 유채 기름을 유사석유로 간주하여 판매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김인택씨는 ‘지역 에너지’의 보급을 막는 것은 바로 정부라며 정부 시책을 비판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