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한파와 함께 구제역과 조류독감, 신종플루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양계장을 중심으로 저병원성은 반경 300미터, 고병원성은 그 10배인 3킬로미터의 안전반경을 정해 그 안에 있는 멀쩡한 닭과 오리와 메추리들을 모조리 살처분하게 된다. 독감에 걸리면 닭과 오리와 메추리들은 이 살처분의 운명을 벗기 어렵다. 어쩌면 조류독감을 이겨낼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건만, 안전 반경 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들을 불문곡직 모조리 죽인다.
조류독감을 철새가 옮겼다는 전문가의 주장은 맞다. 그러나 조류독감의 책임을 철새에게 물을 수 없다. 철새에게 고의성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동료가 집과 학교와 직장에 나와 콜록거린다고 모두 독감에 걸리는 게 아니듯, 옮기고 싶어도 받지 않으면 옮길 수 없지 않는가.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는 조류독감이 이번에는 왜 익산의 닭과 천안의 오리를 공격하게 된 걸까. 두 곳이 다른 양계장에 비교해 시설이 낡았거나 관리가 부주의한 건 아닐 것이다. 운이 나빴을지 모르는데, 그 운 때문에 반경 3킬로미터 이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는 싹 죽고 말았다.
어쩌면 다른 지역에도 창궐할지 모른다. 철새가 서해안 일대를 여전히 날아다니기 때문이 아니다. 전국 양계장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는 철새가 전하는 바이러스를 받을 준비가 언제나 돼 있는 탓이다. 질병을 이겨낼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의 책임을 철새에 돌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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