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봉사회 김용자 회장
연말 피로가 아직 다 가시지 않은 탓일까 오후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그녀의 주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오후다.
어제도 그녀는 어버이결연세대와 서천지역 복지센터 등을 돌며 적십자 구호품을 한아름 안겨다준 후였다.
그녀의 생업인 떡집 일에, 20여년이 넘는 봉사활동에, 쓰고 남은 기력이 남아날 틈도 없이 다음 주 정기총회 준비로 잔뜩 긴장된 요즘을 보내고 있는 김용자(57·판교면 현암리) 대한적십자봉사회 서천지구협의회장.
매회 봉사활동 길이면 노란색 적십자 조끼를 입고 늘 먼저 알아 반겨주던 그녀가 오늘은 어찌된 영문인지 취재진의 방문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어조다.
지그시 머리를 눌러 감은 손등어리를 가리키며 무슨 인터뷰냐 묻는다. 사할린동포 서천귀국과 함께 더욱 바빠진 적십자는 그간 봉사활동을 제치고도 각종 재해현장 방문으로 지난해 유난히 눈코 뜰 새 없는 한해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십자봉사회 자체만으로도 빠듯한 일정에 전국 최초 서천사할린적십자봉사회(회장 공노순) 결성과 또 11월에는 서천군노인복지관 소속 무궁화봉사단(단장 정장길)을 만드는 일에도 적십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의 연장선상에 지난 7월 6세대의 사할린동포들의 추가귀국이 이뤄지면서 적십자가 관할해야할 동포세대수도 자그마치 60세대에 이른다.
“60세대라니...마음 맞추시기도 어려우시겠어요?”
“60세대니 그만큼 우리 원주민과의 융통성에도 더욱 힘이 실린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이미 이번 겨울을 전후해 이러한 구호품 전달을 마친 적십자는 지난 11일에도 연말어버이결연세대 몫으로 내려온 구호품 화장지와 김, 세탁용 세제를 군내 80가정에 전달한 바 있다. 독거노인, 조손가정을 제외한 생필품 몇몇은 사회단체시설인 서천사랑노인복지센터와 엔학고레지역아동센터에 각각 배부됐다.
김 회장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실제 영세민들에게 구호품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발로 뛰는 봉사’의 영역을 넓힐 복안을 내놨다.
“그들과 친구가 돼야죠. 내가 먼저 다가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는 후원은 ‘한 끼를 걱정하는 이에게 베푸는 적선’에 불과할 뿐이죠”
그녀는 조곤조곤 말을 잇는다. “그릇도 여러 가지가 있지요. 아무리 낡고 초라한 그릇도 정성과 믿음이 있다면 임금님 수라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그녀가 바라보는 적십자회원들의 봉사는 눈에 보이는 노란조끼가 다가아닌 노란희망이었으면 한다고 그녀는 회상하듯 말했다.
“임금님 수라상 봉사...올해는 꼭 가능하게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