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성으로 섬기겠습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섬기겠습니다”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1.01.22 01:04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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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도삼요양원 강성묵 원장

 

▲ 강성묵 원장.

 

동백꽃이 지고, 진달래가 피면 이제 꼭 설립 1주년을 맞는 서천도삼요양원(이사장 김정일·마서면 도삼리 588-5).

25명의 직원과 58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 예비군 지휘관 출신 강성묵(63·사진) 원장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다.

38년 4개월이란 세월을 군에서 보낸 그가 퇴임 후, 그것도 타향에서 노인들을 수발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의 서글서글한 눈매엔 입원자들의 자그만 목소리도 귀기울여줄 것 같은 온화함이 서렸다.

강 원장이 서천과 인연을 맺은 건 자그마치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육군 제32보병사단 독수리부대 화양·기산면대장으로 퇴임식을 가진 강 원장은 전남 나주가 고향이다.

광주고등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경영학과), 충남대학교 경영대학원, 기독신학평신도(지도자학과)를 졸업한 이후에도 군 생활 틈틈이 육군대학에서 평생교육을 실천한 그는 지난해 2월 군장대학(사회복지과) 졸업과 동시 도삼요양원의 반려자가 됐다.

“입원자 대부분이 70~100대 노인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온 산증인들이시죠”

당시의 시대상을 헤아릴 수 있어야지만 그들에게 맞는 제대로 된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 강 원장은 비록 입원자들에게 돈을 받고 치러지는 서비스지만, 요양원의 진정성에 만큼은 진심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은 손만 잡아도 다 아세요. 자신들을 얼마만큼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말이죠”

그렇게 ‘사람이 그리운 분들’이란 단어로 노인들과 눈높이를 맞춘 강씨는 먹는 것에서부터 입고,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임종을 코앞에 둔 그들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 노인들이 매일 드시고 싶은 음식을 제공키 위해 하루일과 중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무는 바로 순회시간.
그래서 그가 고안한 것이 이른바 기호식단이라 불리는 4가지 식사다.

미음과 호박죽, 밥, 국수로 통칭되는 식당 메뉴들은 그때그때 노인들의 기호에 맞게 병실로 배달된다.
“여기 계신 분들의 유일한 낙이 먹는 건데, 저희가 귀찮다는 이유로 그 기회마저 박탈할 순 없잖아요”라며 말을 잇는 강 원장.

어르신들이 음식을 거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임종이 눈에 보인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의료협력기관인 장항 참사랑병원과 연계해 8명의 장례를 치렀다.

“저희가 호스피스가 될 수는 없지만, 이곳에 계시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편안히 지내시다 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또 그렇게 하는 게 저희의 목표고요. 원훈처럼 사랑과 정성으로 섬기겠습니다”
서천을 비롯한 인근 부여와 군산, 보령, 경기, 인천 등지에서 찾아온 이방인들로 북적이는 이곳이 정붙일 곳 없이 쇠약해진 노인들의 그늘이자, 안식처로 기억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아직도 요양원에 대한 의식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인들이 이곳에 입소할 때면 적어도 3~5일간은 우울증세로 밥 한술도 뜨지 않는다고 말한 강 원장은 “요양원을 신고려장이 아니라, 열심히 살아온 그들의 삶을 대우받을 수 있는 하나의 시설로 인지해 달라”는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올해 강 원장은 이곳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돕기 위해 장미울타리와 채소밭, 호수, 벤치, 산책로 등의 시설을 새롭게 정비하고, 세탁건조대 하우스와 한방·요가실을 증축키로 하는 등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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