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이 그리운 계절
훈풍이 그리운 계절
  • 박노찬
  • 승인 2002.12.05 00:00
  • 호수 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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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풍요의 계절을 뒤로한 채 동장군의 기세가 밀려오고 있다.
겨울은 가난한 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계절이지만 있는 자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부의 척도를 여러모로 자랑할 수 있는 계절, 그래서 더욱 계층간의 불신과 소외감이 양극화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겨울은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모두가 민생을 외면한 채 선거용의 온갖 거짓말과 유언비어만 외치고 있어 불신감과 절망감만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힘든 겨울을 보낼 이웃들에게 찬바람 속에서도 훈기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나눔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 지역은 그 어느 때보다 지역경제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최근 불우이웃을 돕는 미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을 보면 인심 좋은 고장, 정이 살아 있는 고장임을 실감케 한다.
1년 내내 폐품을 모아 판 돈으로 불우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보내온 정성에서부터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입은 농민이 자신이 직접 지은 농사로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고 싶다며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수십포대의 쌀을 기증하는 모습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나누고 베풀려는 소중한 우리 민족의 ‘정’을 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뿐이랴. 주부들은 소년소녀가장들과 독거노인들을 위해 한파를 무릎 쓰고 정성껏 수백포기의 김장을 담아 전달하고, 학생들은 친구들을 돕기 위해 용돈을 모아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의 이같은 온정은 세밑에 즈음하여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누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우리 지역을 밝고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또한 확신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같은 온정이 우리 지역의 모든 불우이웃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를 생각하면 여전히 안타깝다. 특히 지역에서 경제적 능력이 월등한 이들의 자선행위가 여전히 미흡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지역 내 봉사단체와 개인들의 미담이 연일 줄을 잇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복지단체의 기부명단에 기업체나 지역 유지들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없는자들 끼리의 ‘나눔의 미학’도 중요하지만 있는자들의 ‘베품의 미학’ 또한 필수조건이다.
항상 서로 같은 뜻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일 년 중 세밑만이라도 있는자와 없는자의 구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그런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음 간절하다.
오는 10일 사랑의 열매 달아주기 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IMF 시기에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국가의 경제를 살렸듯 다가오는 사랑의 열매 달아주기 운동에 주민 모두가 동참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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