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로 초토화된 장항에 또 다시 이와 유사한 시설이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1947년 마서 옥산에서 태어나 75년도에 장항으로 이주하여 (옛)장항공고 서무과에서 정년을 맞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런 그가 요즈음 밤에 잠이 안온단다.
한솔제지폐기물소각보일러 주민대책위원회 신현환 대표를 만났다.
“생업에 전념해야 할 사람들이 이 일로 군청으로 도청으로 뛰어 다녀야 하겠습니까? 군에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그는 주민들의 찬반 동태 파악에만 열중하는 나소열 군수를 탓했다.
주민들은 폐플라스틱보일러가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니 군에서 나서서 객관적인 검증을 해달라는 주장이다.
주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찬반토론회가 성립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지난 월요일 예정이었던 찬반토론회에 참석치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단 한 사람이 반대하더라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자손 대대로 영향을 미칠 사안을 검증 작업없이 다수결의 논리에 따라 결정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RPF고형화연료라 하지만 플라스틱을 비롯해 폐타이어 등 폐기물 이것저것을 소각하는 시설입니다. 폐자동차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소각하는 폐차소각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회사측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첨단 시설을 하여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를 걸러낸다 해도 100% 완벽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 대표가 가본 청주의 한 공장에서 가동되는 보일러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이웃 선후배 사이가 이 일로 멀어지게 된 게 무엇보다 가슴이 아프다고 신대표는 말했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먹어서는 안될 것을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하루 300톤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불에 타는 폐기물이 5톤 트럭으로 60대 분량이 장항으로 몰려옵니다. 국내 최대의 시설입니다. 이게 알려지면 장항뿐만 아니라 서천의 브랜드 가치는 땅에 떨어집니다. 누가 여기 굴뚝 아래에서 밥 한 끼니 먹고 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