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물려준 가장 큰 재산…‘성실함’
자식들에게 물려준 가장 큰 재산…‘성실함’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1.07.13 11:22
  • 호수 5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냥 하는 거지 뭐. 죽을 때까지 일혀야 혀”
한산면 지현리 ‘일벌레’ 김효태씨

큰 비가 잦은 장마가 잠시 주춤한 사이여서 습기가 잔뜩 묻어나는 무더위가 찜통같이 더욱 덥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지난 6일 한산면 지현리 한산파출소 바로 앞에서 고구마 줄기는 잔뜩 쌓아놓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 두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는 한낮의 땡볕에도 김효태(66)·장내옥(63) 부부는 쉴 새 없이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두 내외는 밭에다 심을 고구마 줄기를 두어 마디씩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보일러 가게를 운영하는 김효태씨는 이 마을에선 ‘돈효태’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게 지인의 귀뜸이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돈이 좋아서 일만 하냐’는 뜻에서 붙인 별명이란다. 온종일 일만 하는 김효태씨를 보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한다.


아내 장내옥씨에 따르면 사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 때도 있었단다. “전에는 집도 많이 짓기도 하고 수리하는 집도 많아 보일러나 모터가 많이 팔릴 때도 있었지. 근데 요즘은 없어”
그리고 남편이 그냥 눈으로 한 번 본 것은 직접 다 할 줄 아는 재주가 있어 집을 직접 짓기도 하고 집수리 일도 종종 해왔었는데 이제 그런 일이 줄어드니 다른 일감을 자꾸 만들어 자기까지 힘들게 한다는 푸념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이 남편에게 미련스럽게 일만 한다고 흉봐. 좀 쉬엄쉬엄 한 가지만 하면서 살아도 될 텐데…”며 불평하는 장내옥씨 역시 부지런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은 꼭 교회와 노인대학 급식봉사에 빠지지 않고 나간다. 밤에 자는 잠 외에는 자리에 편하게 눕는 일은 없다고.


이렇게 부부가 열심히 살지만 사실 돈이 모이지는 않았단다. 큰 딸과 두 아들을 모두 대학, 대학원 공부까지 시켰으니 남는 돈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결국은 돈부터 벌겠다고 중간에 대학공부를 포기하긴 했지만, 김효태씨의 동생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부부에게 남겨졌던 5개월 된 조카의 십수년 간의 학비까지 보태야 했으니 ‘두 사람이 그렇게 부지런히 살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자식들에게 가장 크게 해준 것은 대학공부를 시킨 것이 아니라 그런 부부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물려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남매와 조카, 모두 이들처럼 열심히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이제는 일감을 좀 줄이고 여유를 갖고 싶다는 장내옥씨의 바람과는 달리 김효태씨는 일이 좋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냥 하는 거지, 뭐. 죽을 때까지 일혀야 혀”라며 또 다시 어디론가 일을 하러 가버렸다.
“저 양반이 60살 전에는 65살까지만 일해야겠다고 하더니 65살 넘으니께 70까지 해야 될란가 보다고 하대요”라며 장내옥씨는 남편을 쉬게 하는 것을 포기한 듯 “일하던 사람이 일을 안하면 병난대요”란다.


아마도 그는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나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