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날 오후 문예의전당 대강당에서 가요무대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지역 곳곳에 게시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예전의 인기가수들이 출연하는 한 공중파 방송국의 인기프로그램 ‘가요무대’ 녹화가 서천에서 진행된다는 것일까?’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고 ‘이거 할머니들 모아놓고 노래 몇 곡 불러주고 바가지씌워 물건을 파는 약장수들 아닐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6일 이런 궁금증을 안고 주민들은 문예의전당으로 모여들었고 50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관객석이 거의 메워졌다.
이날 이곳에 모인 주민들은 뜻하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선물받았다. 이날 행사는 대보름날을 맞이해 서면 도둔9리 최종범씨(63)가 지역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었다.
최종범씨는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노래실력도 인정을 받아 ‘6시 내고향’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 3회나 출연한 명가수로 알려져 있다. 서천군 수산물 홍보를 위한 방송에도 10회 정도 출연한 바 있는 유명인이라면 유명인이다.
최씨는 지난 15년간 240㎏에 달하는 노래방 기기와 음향기기 등을 싣고 다니며 양로원, 노인복시센터, 복지마을, 병원, 지체장애인시설, 사랑병원, 절 산사음악회, 노인노래교실 등에서 무료 공연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대보름제 가요무대는 ‘6시 내고향’에 함께 출연한 아코디언 연주자 박헌수씨와 자주 교류하면서 친분을 쌓은 ‘6시 내고향’팀 가수들의 협조를 마련된 것이라고. 이번에 신명나는 무대를 선사해준 ‘6시 내고향’팀은 지난 전어축체에서도 무료공연을 선보인 바 있고 최종범씨 역시 서울 등에서 이들과 함께 무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듯 최종범씨의 무료공연은 어느 누구에게도 1원 한 장 받지 않고 사비를 털어 마련해 왔다고 한다. 최씨는 “제가 술, 담배를 하지 않고 모은 돈으로 마련했으며 협찬을 받으면 내가 봉사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품이나 상품권들도 제공하지 않고 순수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애써 준비한 행사가 만족스럽지 못해 나쁜 말이라도 들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며 “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고 원하신다면 돌아오는 추석에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달라 말이 나기 마련이고 어디다 드러내고 봉사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가 내키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채 벽에 붙여진 아내 유순자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찍는데 만족하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올해 추석에 또다시 그의 지인들, ‘6시 내고향’팀의 가수들이 노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옛 가요들을 들려주며 황혼의 쓸쓸함을 달래줄 ‘가요무대’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