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가 뱉어낸 중금속에 찌들고 금강하굿둑이 차단한 물길로 고기떼가 사라진 장항은 그 후유증로 인해 재앙을 겪고 있다. 특히 제련소가 있었던 장암리와 오늘도 공장지대를 옆에 끼고 사는 화천리 일대가 더욱 심하다.
이러한 장항을 후손에게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성을 바치고 있는 화천리 주민 박종성(62)씨를 만났다.
그는 장항에서 태어나 한번도 장항을 떠나본 적이 없어 장항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엘지금속에서 일한 후 정년퇴임을 한 그는 제련소 피해주민들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산업화 과정에서 제련소가 한 긍정적 역할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을 주변지역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부당합니다.”
그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구)장항제련소오염사고피해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1년 넘게 활동하다 최근 정식 사회단체로 만들기 위해 충남도에 등록신청을 마쳤다.
그는 환경부가 제련소 굴뚝을 중심으로 반경 1km 이내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것을 1.5km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러한 요구가 최근 환경부로부터 받아들여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련소 주변지역 주민들은 타지역에 비해 더욱 살기가 어렵습니다. 군에서도 이들부터 우선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딸 셋을 둔 가장인 그는 큰 딸은 출가시키고 막내까지 서울에서 공부를 다 시키고 직장생활을 하므로 홀가분한 처지이지만 장항을 떠날 생각은 없다.
“내 고장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머지 내 인생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