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 ‘공정여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천주민들이 모여 ‘서천형 공정여행’을 제공하는 ‘너나드리 서천주민여행사’ 전순희 사무장을 만나 그녀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정여행(Fair Travel)은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말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처럼 여행자와 여행지의 주민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을 뜻한다.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이득을 현지인들에게 돌려주고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며, 인권·생명을 존중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여행을 하자는 취지다.
서천에서도 이러한 공정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여행자와 지역주민들의 중개자로 나선 것이 바로 ‘너나드리(자주 드나들며 가까이 사귐)’ 서천주민여행사이며 11명의 주민 안내자들로 이뤄졌다. 그리고 생업으로 바쁜 다른 안내자들을 대신해 ‘너나드리’여행사의 실무를 맡은 사람이 바로 전순희 사무장이다.
전순희씨(49)는 전북 고창의 깊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1987년부터 서울에서 교직생활을 해오다 2009년 판교 산너울 마을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홍성공고를 마지막으로 24년간의 교직생활을 정리했다.
“학생들과의 소통도, 같은 동료교사와의 소통도, 학부모들과의 소통도 불가능해진 학교에 염증을 느꼈고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생활이 너무나 싫었어요.”
조용한 곳에서 느리게 살고 싶어질 무렵 환경과 자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전순희씨는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교육을 공부했고 그곳에서 산너울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고. 그래서 바로 산너울 마을의 집 짓는 현장을 돌아보고 다음날 바로 계약까지 직행했다. 그녀의 귀촌은 그렇게 이뤄졌다.
“요즘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낀 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밀려 있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전 신청한 그 해에 됐어요. 주변 사람들이 ‘그만두면 뭐 할 거냐’고 많이 물었는데 막상 그만두니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낮 시간이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면서 환경과 생태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도 하고 농업대학에 입학해 농사에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는 중이란다. 거기에 장구와 연극까지 배우고 있다.
“토착민들 사이에 들어가 함께 배우면서 무엇보다 좋은 건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거에요. 사람들에게서 정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죠.”
그렇게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공정여행’이었고 때마침 ‘서천형 공정여행’을 준비 중이던 푸른서천 21에서 운영한 생태·환경교육 참가자들과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
전순희씨는 “먹고 마시며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그런 단순 관광이 아닌 서천에 와서 현지인들 속에 최대한 가까이 들어가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느끼며 뭔가를 배워갈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라고 너나드리 여행이 추구하는 바를 설명했다. 그래서 자본금 하나 없이 ‘갈숲마을’, 인형극단 ‘또봄’, ‘띠울마을공동체’, ‘상수리나무’, ‘아이마을’, ‘해가마을’, ‘희리산요가원’ 등 7개 업체의 참여를 끌어냈고 서천철새여행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익이 발생하면 생태와 교육 쪽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안내리플릿도 만들고 블로그(http://blog.naver.com/jsh0677)도 만들었고…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예행연습도 해봤고…이제 준비는 다 됐어요. 손님만 오시면 됩니다”라고 웃으며 그녀에게 천국을 맛보게 해준 서천의 이모저모를 여행자들에게 소개해 줄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순희씨는 남편 이홍배(주산상업고 물리교사)씨와의 사이에 이겨레(23·카이스트 졸업·대학원 재학), 이나라(20·산청 간디학교 졸업· 중앙대 체육대학 재학) 두 아들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