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이제야 그림이 뭔지 알겠어요. 그래서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죠”
서천문화원이 올해 사업을 확정하지 못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문화원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문화원 한 켠에 작업실을 꾸미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화가 박우일씨(서천읍 군사리2구)를 지난 29일 만났다.
올해 초 서천군청 누리집에 유화와 수채화 등 서양화를 무료로 가르쳐주겠다며 ‘아마추어 화가회’ 회원을 모집해 활동을 시작한 박우일씨가 무료 지도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아마추어 화가회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그의 경력은 아마추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산초, 서천중·고를 나왔다는 그는 알고 보니 웬만한 지역출신 화가들은 서천고와 서천여고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던 그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중등 임용고사 수석합격 후 교직생활을 하던 그는 20여년 전 미국으로 가 뉴욕 맨하튼의 아트 스투던트 리그에서 그림 공부를 계속했고 12년 전 귀국한 후 13개 대학 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맨하튼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여섯 번의 TV특강 경력도 눈길을 끈다. 2003년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전문서적인 뷰티 일러스트레이션이란 책을 발간했고 요즘은 초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한 번도 대학에 강사자리를 달라고 찾아간 적은 없는데 강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12년 동안 13개 대학 강사로 활동한 사람 찾기도 힘들 거에요. 화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도 찾아주더라고요”라는 그의 말에선 배경이나 아부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은 사람만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림에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을 통해 잘 그릴 수 있어요. 단지 천재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지만 기술적으로 잘 그릴 수는 있어요. 나에게 그 천재성이 없다는 게 안타깝죠.”
그렇게 말하는 그이지만 초등학교 시절 서예로 도대회 우승까지 했던 아버지(고 박덕배)와 알아주는 바느질 실력을 가진 어머니(신동월·88)의 영향으로 그림 그리는 재주를 타고 난 건 부정할 수 없는 듯하다.
반추상화를 주로 그린다는 박우일씨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후배나 제자들에게 수많은 지도경험에서 나온 진심어린 충고를 하기도 했다. “그림은 자유로워야 해요. 아이들이 자기 생각대로 표현할 수 있게 가르치고 사람의 간섭은 최소화해야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죠. 못 그리고 안 예쁘면 어때요? 어차피 예술은 개성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림을 가르칠 때 꼭 알려주는 것”이라며 “잘 그린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은 그 그림의 색채가 투명한 지 탁한 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여러 그림을 보다 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죠”라며 그림을 감상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기준에 대해서도 귀띔을 해줬다.
“그동안 외부로 강의를 다니느라 지역주민들과 교류를 많이 못했는데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여러 사람들이 그림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라며 그는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히 찾아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