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우리는 주위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함부로 단정하고 확언하는 사람들을 본다. 여러 각도에서 광범위하게 검토하는 과정을 거침 없이, 중대한 문제에 속단(速斷)을 내리고 당장에 행동을 개시하는 사람들, 또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소신이 뚜렷한 인물로 자처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어찌보면 남의 일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 세상이 되다보니 이런 류의 사람이 더 드러나 보이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명확하고 분명한 태도가 귀중한 미덕(美德)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명확하고 분명한 태도가 참으로 슬기로운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명확하고 분명한 태도를 취한 동기가 순수해야 하며, 그러한 결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높은 지식과 생각에 의하여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순수하지 못한 동기로 한때의 감정이나 얕은 지식, 좁은 관찰에 근거를 두고 경솔하게 결정한 태도를 옳은 신념인 양 밀고 나가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독단적이며 독선적인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독선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일부에서 독선적 성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위험하고 불안스럽다.
지역 유지급 인사들이 주먹다짐을 하고 대화를 기본으로 여겨야 하는 의회에서 조차 의원 상호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공무원들마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말다툼을 하고 공공기관 내 건물에서 주먹다짐이 오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런 현상은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독선의 병폐인 흑백논리에 병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위대한 존재가 된 것은 어떤 한 개인의 독선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며 무수한 동시대인들이 겸손한 마음으로 협동하여 함께 지혜를 모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목표로 삼는 민주주의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방촌 황희정승이 여종들의 말다툼에서 모두에게 “네 말이 옳다”며 고개를 끄덕인 것은 신분의 차이를 초월해 상대방의 의견을 그만큼 존중했다는 의미에서 더욱 값지다.
오늘 우리 지역의 유지와 정치인들이 황희정승의 만인을 존중하는 미덕을 통해 공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독선에서 벗어나 민의에 귀 기울이는 교훈을 터득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서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