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와 연예인!! 영웅을 꿈꾸는 아이들
운동선수와 연예인!! 영웅을 꿈꾸는 아이들
  • 뉴스서천
  • 승인 2002.01.10 00:00
  • 호수 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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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아이들더러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으면 그들은 서슴없이 운동선수나 티브이 탤런트나 가수의 이름을 댑니다. 그건 도시 아이들이건 시골 아이들이건 가릴 것이 없이 그렇습니다.
그래 장래 희망을 물어도 그들의 의견은 운동선수나 탤런트나 가수가 되고 싶다는 데에서 일치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요즘 아이들의 영웅이 운동선수나 티브이 탤런트나 가수들이라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예전 아이들은 무조건 높은 사람이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걸 희망으로 삼았고 그들을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데서도 세상의 변한 모습을 찾아보게 된다 하겠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조직폭력배, 그러니까 깡패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성공을 거둔 뒤로부터는 중등학교 학생들 가운데 일부 아이들은 저들의 장래 희망을 조직폭력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건 참 빗나가도 참 많이 빗나가버린 장래희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듣기로는 뉴욕 대참사의 배후인물로 지목되는 아프간의 빈 라덴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니 이건 종교적 입장이라든지 윤리적 입장을 넘어서 참 엽기적이기조차 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게 모두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면모를 그대로 어린 세대들이 배워 저들의 것으로 한 게 아닌가 싶어 참으로 걱정스럽기조차 한 마음입니다.
한 때 탈옥수 신창원 두고 오히려 잡히지 말기를 속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가졌고 그가 붙잡힌 뒤로는 그가 도망 다닐 때 입었던 옷을 흉내내어 입고 다니는 신창원 신드롬 까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우리 사회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무언가 우리들의 가치관이, 정신세계가 비뚤어졌어도 한참 비뚤어져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인 제프리 존스란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는 미국 뉴욕 대참사 이후 나타난 미국인들의 유별난 애국심에 대해서 애국적인 행동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줄지어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되려고 하고 자원봉사를 자청하며 나서는 생활화된 애국심은 자기들 나라가 세계 제일이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되었고 더 멀리는 학교 교과서를 통해서 배운 영웅교육에서 출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속에는 수없이 많은 영웅들이 나오는데 그 영웅들의 특징은 여러 가지 분야의 영웅들이 총망라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정치나 군사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영웅상이 몰려있지 않고 경제, 과학, 학문, 예술, 사회, 산업, 기술, 봉사 등 다방면에 걸쳐 영웅적인 활동을 한 사람들을 제시하여 어린 세대들로 하여금 마음 속으로 그들을 본받게 하고 자신의 심벌로 삼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가장 중요하게 활동한 영웅들은 시민보호와 대피에 앞장을 서다가 순직한 소방관과 경찰관이었다 합니다. 그리고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려 급박한 시간, 수천 수 백명이 몰려 서로 빨리 계단을 내려 갈려고 다툴 때 나이 많은 분들, 여자들 먼저 내려가게 하고 뒤에 남아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버린 젊은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또 하나의 미국인의 영웅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겉으로 보기에 무척이나 무질서하고 타락해 보이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무척이나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에게 그런 일이 생겼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했을까?
선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생애를 한 생애를 살았노라 하는 나 자신부터 그럴 수 있었을까? 우리 아이들을 잘못 가르쳐온 것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많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제프리 존스씨는 충고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학교에서도 앞으로는 다양한 한국인의 영웅을 제시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영웅을 본받도록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야만 사회가 건강해지고 국민들 또한 애국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얼마만큼 멀리 왔고 또 얼마만큼 잘못된 길을 걸어왔는가!
운동선수와 티브이 탤런트나 유행가 가수가 유일한 저들의 영웅이라고 말하는 우리들의 아이들을 탓하기에 앞서 어른들 편에서 나름대로 심각하고 적극적인 반성과 변화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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