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산다”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산다”
  • 최현옥
  • 승인 2003.07.11 00:00
  • 호수 1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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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여기서 놀다가 못나가거든 그러면 잡는 거야'
평화만이 긷든 비인면 장포리 바닷가, 밀물이 빠져나가면 자연의 신비감을 주는 바닷길과 억겁의 파도에 씻긴 할미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모래와 갯벌 그리고 돌이 무성한 바닷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낙네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과 아이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갈매기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어업의 기술이 점점 발달해 인공위성과 교신하며 어군 탐지기로 물고기를 쫓아가는 시대에 장포리 어민들은 자연의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듯 하다.
특히 할미섬 이곳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석기 시대 고기를 잡던 방식 그대로 고수하며 살아가는 임용조(82)씨가 있다.
“고기가 여기서 놀다가 못나가거든 그러면 잡는 거야. 그런데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
체념 섞인 얼굴로 빈 그물을 들어 보이는 임씨, 평생 독살을 지켜오며 이곳은 그의 놀이터가 되었다.
독살은 어민들이 바다를 이용해 살아가는 지혜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으로 바위로 담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고 해안이 밋밋한 서해와 남해에서 행해지던 어업이다. 바위를 주어다 만조시 수면과 약 30∼60cm 차이를 두고 수평을 이루도록 담을 쌓아두면 밀물을 따라 들어왔던 고기들이 썰물 때 V자 모양의 독살 안에 갇히게 되는 원리다. 물이 빠지면 어부는 독살 끝에 만들어 놓은 우물에서 고기를 길어내면 그만이다.
“독살 이거 만들기가 여간 힘든게 아녀. 돌이 무겁고 물때를 맞춰서 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돌 하나 옮기기도 어렵지”
매우 견고하게 쌓아올린 돌을 매만지는 임씨는 매일 독살을 살피고 보수한다. 남풍이 부는날 높은 파도가 돌담을 치면 제아무리 견고하게 쌓았다 해도 버티지 못하기 때문.
과거 임씨는 지렛대를 이용해 독살을 쌓았지만 이제는 아들 임종우(56)씨의 도움을 받아 철근으로 돌을 움직인다.
“자연이 주는 대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고기가 풍부한 것을 대변하고 있다”는 임씨는 과거에는 독살에 가오리, 숭어가 많았지만 요즘은 인근에서 조개를 캐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8월이 되면 작은 새우 ‘자하’가 몰려오는데 아들 임씨와 함께 독살에서 뜰 채로 잡는 재미가 크다.
“과거에는 서천지역 해안가에 독살로 고기 잡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사라져 과거 것을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이곳을 지킨다”는 임씨. 하루종일 바다에 엎드려 굽었던 허리를 펴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야를 멀리 둔다.
“바다는 저렇게 높고 낮은 데 없이 평평한데 인간의 욕심은 크기만 하다”며 평생 독살에서 고기를 잡으며 배운 지혜를 들려준다.
어느덧 밀물이 밀려오고 임씨는 자신의 키보다 큰 지게를 지고 터덕터덕 할미섬을 나선다. 석양을 받은 그의 등에서는 생명을 잇는 바다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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