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기억들은 세밀한 정으로 쪼아낸 돌의 파편들처럼...
항상 푸름을 간직한 희리산과 넉넉함으로 다가오는 흥림 저수지. 조각가 이용철씨의 작품세계는 이곳 서천에서부터 출발한다.지난 92년 이태리 유학시절 자신의 정체성과 동양적 아름다움을 고민하던 그는 자연석을 이용해 고향의 정경인 물과 섬, 종이배를 형상화해 작품 ‘종이배’를 조각했다.
이 작품은 동양적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고 지금도 그의 애장품 중 하나 이다.
“되돌아 갈 수 있다는 곳. 인생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따뜻하게 안아줄 곳이 있다는 곳. 그곳은 고향이 아닐까요?”
고향은 항상 마음의 안식처라는 이씨는 현재 외지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고향을 자주 찾고 작품의 영감을 이곳에서 얻는다.
그에게 어린 시절 기억들은 세밀한 정으로 쪼아낸 돌의 파편들처럼 이뤄져 있고 기억의 틀 속에서 날카로운 모서리가 깎여나가며 흐릿하고 뭉글해졌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녹아진 기억의 편린(片鱗)들은 작품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이씨는 어린 시절 종이 한 장만 주어지면 하루종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미술부 활동을 시작으로 예술가의 꿈을 키운 그는 대학 때 본격적으로 조각공부를 시작했다.
“피카소처럼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는 이씨는 미술의 기초가 조각이라는 생각에 조각을 배우기 시작했고 입체적인 표현에 매력을 느꼈다.
원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국립 까라라 아카데미 조각과를 졸업한 그는 유학시절 유럽작가들과 많은 심포지엄을 갖으며 좀더 성숙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갔다. 유학 당시 다양한 조각의 세계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던 그는 전에 다루지 않았던 대리석과 테라코타 등을 다루게 되었고 동양적 아름다움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게 됐다.
그는 자연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형상이나 단순한 원형속에 독립된 인간의 모습, 나뭇가지, 물고기, 새, 구름과 같은 자연물로 문학성의 결합이란 독특한 방식을 통해 서술적 조각의 가능성을 열었다. 즉 작품들은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상태로 동양철학에 근거를 두고 조형에서는 서구적인 것들을 취했다.
“조각에 있어 현실성의 문제는 단순한 현상의 모방이란 차원을 넘어 당대 사람들이 그 현실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가 하는 문제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이씨는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어느 의미에서는 보다 순수하게 정화함으로서 본질을 추출하고자 한다.
그의 열정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유학당시 전시회를 2번이나 열었으며 화나노 국제조각 심포지움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5회 입선, 전북 미술대전 조각부문 최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과 초대전 및 단체전에 200여 회 참여했다.
또 지역에 대한 애착심도 강해 매년 서천미술동문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로는 어렵지만 앞으로 작품활동을 통해 지역에 봉사, 학생들과 주민들이 그 동안 접하기 어려운 문화활동을 하도록 돕고싶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며 고통이 컸고 그런 어려움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는 이씨는 개인전을 2년마다 열고있으며 올 연말 작품 전시회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자신이 표현하는 것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현재 사회 풍자적인 작품에 전념하는 그는 아직도 꾸준한 실험정신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역사를 대변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항상 작품구상을 위해 연필을 놓지 않으며 조각도와 씨름하며 손이 선반공처럼 거칠어진 이씨. 다양한 변형으로 상징체계를 재료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이씨는 생명을 잉태하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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