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위기‘를 말할 때 자연스레 그리스 사태를 꼽게 된다. 그리스의 국가재정위기 원인과 이로 인한 문제점 들을 간단히 살펴보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발칸반도의 교차점에 위치하여 지중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고대 유적이 즐비하여 년1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관광대국 그리스는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리스 경제위기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EU에 속해있는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기업은 대부분 공기업이며 사기업은 전체의 40%에 불과하고 제조업은 붕괴돼 외국에 수출할 이렇다 할 상품이 없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관광객이 현격히 줄어들어 재정을 악화시켰고, 관광과 더불어 해운산업 강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대형선박은 세금이 없거나 저렴한 다른 나라에 국적을 두고 있어 속빈강정이다. 경제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유로존에 편입되면서 국가신용도가 올라갔다. 기대와는 다르게 위기가 가중되었다. 신용이 좋아지니 싼 이자 돈이 넘쳐나 다양한 복지혜택이 늘어나게 되고 물가는 몇 배로 급등했다. 즉 외국에서 빌린 돈으로 선심성 지출과 잔치를 벌이다가 국가재정은 점점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자. 그리스는 1970년대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면서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하는 적극적 복지정책을 펼쳐왔다. 선심성 복지정책이 강조되다 보니 국가의 경제적 능력을 넘는 수준에 이르러 재정상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게다가 자국 GDP의 25%가 지하경제로 형성되어 있고, 식당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으려는 등 EU역내 국가에 비하여 현저히 뒤처져 있는 후진적 국민의식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이나 재정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인기 영합적 정책사업을 늘려 결국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늘어난 국가채무는 국가재정을 갉아먹으며 부실을 심화시켰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실업자들의 실업률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사회보장성 지출을 늘리게 되면서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반 악화되었다. 생존을 위해 분출되는 개인이나 집단의 욕구와 갈등에 대한 정부의 조정능력은 역부족이었으며 결국 대중의 무분별한 욕구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은 국가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끝내는 IMF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에 걸쳐 총 2890억 유로(약 370조원)의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어렵사리 나라 살림을 꾸려왔다.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디폴트 위기를 넘긴 대신 경제주권을 잃게 되었고, 채권단과의 합의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 조정과 혹독한 긴축 정책을 이행해야만 했다. 방만한 공공 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수행하는 동시에 세금 인상, 재정 지출 특히 복지예산 대폭삭감 등의 조치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밖에 없어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익숙해있는 국민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8년간의 혹독한 자구노력 끝에 금년 8월 구제금융에서 공식 졸업했지만 막대한 은행부실채권과 추락한 국가신용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위기상황은 여전하다. 국민들은 가혹한 긴축정책의 여파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지만 당분간 긴축 정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예상을 뛰어넘는 획기적 경제성장 없이는 가시적 경제회복과 삶의 질 개선효과를 누릴 수 없는 가혹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리스 사태는 한마디로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금년 6월 말 현재 1531조 원의 가계부채, 2017년 말 기준 1555조 원의 발생주의 국가부채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나라 재정의 자화상이다.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는 가계, 기업, 정부 모두 자신의 분수를 넘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포퓰리즘은 달콤하나 그 결과는 몇 배의 혹독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며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