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으로도 많이 알려진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최근 출간 20주년을 맞아 ‘20주년 기념 기념판’이 나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에 출간돼 국내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일본·중국·프랑스·그리스 등 세계 29개국에 판권이 수출됐으며, 영국에서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펭귄출판사에서 일반소설로 번역 출간됐다. 폴란드에서는 ‘올해의 아름다운 책’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돼 한국 최고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세우고 뮤지컬, 연극, 판소리 등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잎싹’이라는 이름의 암탉이다. 그는 비좁은 양계장에 갇혀 알만 낳다가 마당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먹지도 않고 알도 낳지 않고 죽은 척만 하고 있던 그를 양계장 주인은 폐계로 분류해 구덩이에 버린다. 그러나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까는 게 소원인 그는 청둥오리의 알을 대신 품어 ‘초록머리’를 탄생시키지만 늘 족제비의 위협에 시달린다. 마침내 암탉 잎싹은 초록머리를 훌륭하게 키워 동료들 곁으로 돌려보낸다.
족제비는 늘 주인공의 목숨을 노리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내가 배가 고팠을 때 네가 거기 있었을 뿐”이라는 말로 그 또한 새끼를 낳아 기르며 야생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태계의 일원이며 각자 존재가치가 있다. 이 책은 인간 위주의 삶 속에서 다른 생명의 가치를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생태주의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도 인쇄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동화는 어른 이야기다”는 작가 황선미의 말처럼 성인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이다. 다음 구절은 닭 키우는 어른들의 가슴을 움찔하게 한다.
“잎싹은 얼마 전부터 입맛을 잃고 있었다. 알을 낳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주인 여자가 알을 가져갈 때마다 잎싹은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알을 낳을 때 뿌듯하던 기분은 곧 슬픔으로 바뀌곤 했다. 발끝으로조차 만져볼 수 없는 알, 바구니에 담겨 밖으로 나간 뒤에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도 없는 알을 일년 넘게 낳다 보니 잎싹은 지쳐버렸다.”(14쪽)
‘마당을 나온 암탉’은 김환영 화가의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책이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장면들이 42점의 그림으로 독자들 앞에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양계장을 방문해 닭들이 사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애니메이션의 밑그림이 되었다.
이번 기념판에는 김환영 화가의 그림을 재편집해 엮었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김환영 화가는 권정생 선생의 ‘빼떼기’의 삽화를 그렸으며 동시집 ‘깜장꽃’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판교면에서 가까운 보령시 미산면에서 살고 있으며 뉴스서천 칼럼위원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않는 부분도 집어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