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아래 충남지속협)가 전국 처음으로 벌인 ‘걱정 길 찾기’ 공모사업 결과, 공주 동현동 농로와 천안시가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일봉산 산책로가 각각 걱정 길로 선정됐다.
충남지속협은 지난 28일 오후 지속협사무실에서 ‘충남 걱정길 공모사업 결과 발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충남의 걱정 길 공모 선정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걱정 길 찾기 공모사업’은 잘못 만들어진 길 때문에 벌어지는 폐해를 널리 알려 재발 방지와 개선 방안 마련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충남지속협은 지난 2월까지 도민들과 지역 단체들을 대상으로 걱정 길을 공모받았다. 공모에는 모두 7건이 접수됐다.
선정기준, 공존-미관-안정-통합-낭비-역사성
충남지속협은 △공존성(사람과 자연이 공존성을 해치는 정도) △미관성(풍경을 해치는 정도) △안정성(위험하거나 사고가 날 걱정 정도) △통합성(마을 공동체의 소통을 단절시키는지 여부) △낭비성(예산 낭비나 중복투자 여부) △역사성(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물 훼손 여부) 6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현장평가와 도민평가(73명 참여)를 거쳐 이중 현재의 걱정길과 미래의 걱정 길을 각각 선정했다.
‘현재의 걱정 길’로 선정된 공주시 동현동 소재 농로(약 50m)는 지적도상 ‘도로’로 표시되어 있고 과거 농기계 통행도 가능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인근 토지주가 도로 주변에 돌을 쌓아 도로 폭 대부분을 막아 사람 이외 농기계나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걱정 길’로 공모를 신청한 A씨 등 도로 안쪽에 농지를 소유한 10여 명의 주민들은 땅을 묵히는 등 농사짓기를 포기해야 했고, 마을 공동체마저 금이 갔다. 문제는 공주시의 안이한 태도다.
공주시는 여러 차례에 걸친 측량 결과, 인근 토지주의 땅을 침범하지 않고도 차량 통행과 도로포장이 가능한데도 10여 년 가까이 민원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공주시는 최근 A씨에게 도로 측량 결과를 근거로 올해 하반기 농로 확포장을 약속한 상태다.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전국 처음으로 벌인 ‘걱정 길 찾기’ 공모사업 결과 공주 동현동 농로(왼쪽)와 천안시가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일봉산 산책로(오른쪽)가 각각 걱정 길로 선정됐다.
‘미래의 걱정 길’로 선정된 천안시 소재 일봉산 도시공원 산책길은 인근 주민들의 오랜 휴식공간이다. 하지만 민간 특례사업을 통해 현재의 70%만 도시공원을 유지하고 나머지 30%에는 아파트(1820가구)를 짓는 계획이 서면서 산책로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일봉산 산책길을 지켜달라’고 걱정 길에 공모를 신청한 주민단체는 “도시공원 중에서도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고 산책길에서는 수시로 시민문화행사와 인근 어린이 숲 놀이터로 활용됐다”라며 “산책로가 보존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천안시는 민간특례사업 추진 여부를 '주민 찬반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찬반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천안시는 계획대로 민간특례사업 추진 절차를 밟고 있다.
주민 찬반 투표로 주민갈등은 해소됐지만 50~60년생 참나무숲과 상수리나무, 멸종위기종 소쩍새와 어우러진 공원 산책길은 사라진다는 걱정은 여전한 셈이다. 충남지속협은 '걱정 해소 방안'으로 천안시에 되도록 생태 보존 가치가 높은 산책로와 주변은 개발면적에서 제외하는 등의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걱정 길’ 찾아내 ‘지속가능한 길’ 만들 것
충남지속협은 ‘현재의 걱정 길’과 ‘미래의 걱정 길’에 각각 50만 원의 걱정 해소지원비를 지급했다. 또 걱정을 해소를 위한 권고안을 해당 자치단체나 관할 기관에 제안, 걱정 해소를 도울 예정이다.
박노찬 충남지속협 사무처장은 “길은 한번 뚫리면 생태계와 마을공동체 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충남지속협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 ‘길 걱정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길의 기준을 제시, 공론화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 길 개선은 물론 지속가능한 길을 만들기 위해 계속사업으로 ‘시즌 2, 길 걱정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