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간 협의없이 난개발로… ‘세계유산관리위원회’ 필요
지난 4월 20일 다시 유부도를 방문해 폐염전 부지 북측의 아까시나무 숲이 대규모로 훼손한 것에 대한 최종 대책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본인을 비롯해 서천군 해양수산과 관계자와 시공업체인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조류 및 식물 관련 전문가들,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부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수많은 도요물떼새와 철새, 그리고 표범장지뱀,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부도는 지난해 7월 2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에 포함되었다. 이에 포함된 아까시나무 숲은 50년 전에 염전을 만들 때 인위적으로 심었지만 지금은 10미터 넘게 자라면서 숲 생태계를 잘 유지하고 있고, 유부도의 아름다움 경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유부도 마을 북쪽 끝 지점에서 동쪽 방형으로 산책길을 만든다면서 폭 10~15미터, 길이 400여 미터로 아까시나무 숲이 뿌리째 파내어져 있었고, 길을 낼 수 있도록 평평하게 해 놓았다. 파괴된 숲이 대략 5천 입방미터나 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아까시나무 숲 남측에 위치한 폐염전 부지는 바닷물의 만조 높이가 660센티미터 이상일 때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휴식지로 이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아까시나무 숲이 폐염전 북측에 있기 때문에 폐염전 부지로 날아드는 모래바람과 북서풍을 막아 주어 새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까시나무 숲을 훼손해서 노출되게 하는 바람에 편안하게 휴식하기 위해 찾아오는 도요물떼새들에게 위협을 주도록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했다.
아까시나무 숲 벌목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아까시나무 숲 벌목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 행위자들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연스런 생태복원과 함께 모니터링 진행돼야
아까시나무 숲을 베어낸 자리는 가로수로 팽나무를 식재할 예정이었다. 해안가 옆으로 이미 150여 그루의 팽나무가 새롭게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폐교 건물 주변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 버리고, 새롭게 팽나무를 심어 버렸다. 바닷물이 높이 차오르는 사리 때 파도가 높이 치면 바닷물이 넘어오는 곳이어서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현장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까시나무 숲 벌목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향후 대책방안에 대해 벌목 지역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입구를 철저히 차단하는 차단막 설치 함께 훼손된 지역이 바람에 의해 모래가 쌓여서 아까시나무와 갈대 군락이 자연스럽게 복원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 해양수산과의 전무진 연안항만팀장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자연복원이 되도록 하더라도 향후 3년 정도는 자연복원 과정을 모니터링을 하고 외래종이 들어와 서식할 경우 이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같은 현장 모니터링은 매월 1회씩 서천군의 자연생태해설사와 현지 주민 등 5~6명이 참여해 진행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조류와 식물 분야 외부 전문가 두 명을 포함시켜도 좋겠다. 서천군 관계자가 현장에서 이같은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지만 이를 꼭 실행하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훼손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을 볼 때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철저하게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훼손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천군내에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은 해양수산과에서 맡고 있고, 세계유산 관리는 관광축제과에서 맡고 있다.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이 세계유산 구역 내에서 진행되는데도 관계부처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역여건과 특성에 맞는 사업들 추진해야
이번에 아까시나무 숲을 파괴하게 한 ‘송림항 어촌뉴딜 300사업’은 서천군이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인데 2022년까지 총 127억9000만원을 투입해 장항읍 송림항과 유부도의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면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송림항 및 유부도 접안시설 보강, 안길정비, 주민안전 CCTV 설치, 주차장 조성 등 4개 공통사업을 추진하고, 송림갯골어울림센터, 갯골사이로 조성, 유부도 주민복합커뮤니티센터, 정주환경 개선, 경관사업, 생태정원 등 6개 특화사업과 송림항 및 유부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주민역량강화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업 제목만 보면 별 문제가 없는 사업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까시나무 숲 파괴와 같은 일을 벌어지게 했다. 따라서 이들 사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갯골사이로 조성’과 같은 사업은 취소되어야 한다. 많은 새들이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갯골과 물가 가장자리에서 먹이를 먹고, 주변에 머무르면서 휴식을 취한다. 따라서 이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송림갯골어울림센터과 유부도 주민복합커뮤니티센터를 건설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붕이나 벽면에 설치해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기를 바란다. 또한 주차장을 조성하겠다고 갯벌을 매립해서는 안 되며, 경관사업과 생태정원을 조성한다고 하면서 지역생태와 맞지 않는 수종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부도내 산책로에 가로수로 팽나무를 심은 것은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 하겠다. 차라리 이런 불필요한 사업비를 절약해서 주민들의 주택 개량사업과 주택의 지붕 또는 마당에 태양광 발전용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실질적으로 주민생활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유부도 주민복합커뮤니티센터 앞에 위치한 습지를 일부 매립한 것을 다시 원래 모습의 습지로 복원하기를 바란다.
또한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 주민들의 생태 및 전통지식, 그리고 주민들이 바라는 점 등을 직접 듣고 기록화 작업을 통해 마을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주민 스스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하자. 이 마을지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건설 중인 센터 내에 전시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 한편 이같은 조사결과는 주민역량강화 사업과 향후 마을 주민들이 서로 신뢰 속에 협력하고 생태관광과 주민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하는데 커다란 밑바탕이 될 것이다.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이든 ‘마을만들기 사업’이든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특히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천갯벌 구역과 유부도 및 주변 지역에서 잘못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현재 갈대군락지를 훼손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유부도갯벌복원사업은 아주 잘못된 사업이고, 이에 대해 이미 뉴스서천 1023호 (2020년 9월 16일 발간)와 1075호(2021년 10월 22일 발간)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서천갯벌 세계유산관리위원회’ 구성해야
세계유산이 등재된 이후 문화재청, 환경부, 해양수산부, EAAFP(동아시아-대양주 물새이동경로 국제협력기구), 충청남도, 서천군,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서천갯벌 세계유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세계유산 등재 취지에 맞게 철저한 관리와 현명한 이용, 각 부처에서 계획하는 사업 등에 대해 협의 및 논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같은 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이런 논의기구를 만들어 충분한 서전 협의와 토론, 그리고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주용기 시민기자. 전북대전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