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곰솔나무가 서있던 신송리가 고향인 조기조 시인이 그가 지난해 펴낸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으로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제24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는 조기조 시인(59), 이종만 시인(73)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초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조기조 시인의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도서출판b)과, 이종만 시인의 <양봉 일지>(실천문학사 2021)를 최종 선정했다. ‘제4회 천상병동심문학상’에는 김성민의 동시집 <고향에 계신 낙타께>가 뽑혔다.
수상자 선정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 및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20여 권의 시집 가운데 1차 예심위원회를 통해 6권의 시집으로 압축했고, 3월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조기조 시인과 이종만 시인을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 이 상에서 공동 수상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시상식은 4월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천상병공원’ 근처에 있는 ‘수락행복발전소’에서 가졌다.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고형렬 시인, 고영직 문학평론가와 최두석, 김정환, 정병근, 곽해룡 시인 등 문단의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 인사와 덕담을 나눴다.
심사위원들은 각각 조기조 시집에는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로서의 기술과, 그 기술을 부리는 주체인 기술자를 집중적으로 다룬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조기조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저에게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당신의 평생의 삶을 통해 일깨워주신 어머니께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현재 신송리 섭다리에서 살고 계신다.
조기조 시인은 1980년대∼1990년대 구로노동자문학회를 만들고 활동하며 노동자문학 운동을 주도했고, 1994년 제1회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낡은 기계>, <기름미인>을 출간한 바가 있고, 지난해 펴낸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으로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시집 표제에 ‘기계’ ‘기름’ ‘기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이 독특하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기계는 세계라고 할 수 있고, 기름은 그 세계가 작동하는 힘의 원천이며, 기술은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가 될 수 있겠다”라고 풀이한다. 이번 시집으로 ‘기계→기름→기술’ 3부작을 완성한 셈이다.
조기조 시인은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에서 기술은 “기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을 견디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노동의 문제를 넘어 고단하고 험난한 세상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기술을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문단에서는 “‘삶의 원리’로서 기술과 기술자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한국(노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기조(趙起兆)시인은 현재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 도서출판 b 대표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집 속의 시
풀의 기술
어머니가 일흔다섯을 기념하여
목뼈에 나사못을 박고 무릎을 인공관절로 바꾸고
안식에 들어갔다 기나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어머니가 다스린 땅은 매년 수만 평이 넘었지만
어머니의 소유는 집터 포함 삼백 평이었다
이제 어머니의 안식과 함께
그 땅도 휴식중이다.
휴식중인 땅은 곡식 대신 풀을 기른다
어머니는 안식으로 풀을 기른다
풀을 기르며 풀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풀처럼 살아라
내가 이기지 못한 것은 저 풀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