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역시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너무 많다.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현상은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에 전국적으로 500명이 넘는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다.
원인은 일당지배 또는 나눠먹기를 보장하는 선거제도에 있다. 조금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무투표당선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106명의 광역지방의원(시ㆍ도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주로 영ㆍ호남에서 나왔다. 지역의 ‘일당지배’ 정치 때문이다. 지역구 광역의원의 경우에는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제도이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다른 정당은 아예 광역의원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282명에 달하는 기초지방의원(시ㆍ군ㆍ자치구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영ㆍ호남이외의 지역에서도 많이 나왔다. 서울의 경우에도 107명의 구의원이 무투표 당선됐을 정도이다. 이 부분은 2인선거구 때문이다. 2명을 뽑는 2인선거구에서 거대양당이 1명씩만 공천을 했고, 다른 소수정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는 2인선거구를 폐지해야 한다는 선거제도 개혁요구를 거대양당이 거부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국민의 힘은 2인선거구를 폐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했고, 민주당은 13개 시ㆍ도의회에서 조례를 통해 2인선거구를 폐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셋째, 99명의 기초의원 비례대표가 무투표 당선된 것은 기초의원 비례대표가 장식품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90% 가까이를 지역구에서 뽑고 10% 정도를 비례대표로 뽑는데, 기초의원은 정수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비례대표가 1-2자리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거대일당 또는 거대양당의 공천만 받으면 무투표당선이 되는 것이다. 당선가능성이 아예 없는 나머지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상당수가 무투표 당선자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표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인 만큼, 현명한 유권자라면 거대양당이 아닌 후보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함으로써 선거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 지금같은 상황이면, 지방의원 당선자 상당수는 사실상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으로 봐야 할 상황이다. 거대 정당과 공천권자가 사실상 지명해서 의원으로 당선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이후에 주권자들이 할 일이 있다. 문제가 많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많은 만큼, 주권자인 시민들이 선거가 끝난 후에라도 통제를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시민들의 권리로 보장되어 있다.
첫째, 지역별로 의회감시단(의회감시모임)을 만들어서 지방의회에 대한 정보공개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감시대상은 지방의회에서 사용되는 예산, 지방의원들의 법령이나 윤리위반 등이다. 예산집행내역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법 개정에 의해 지방의회에서 채용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들의 채용과 운영실태에 대해서도 감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민들이 직접 조례나 예산을 제안하고,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이를 다루게 하는 것이다. 일정 숫자 이상의 주민들이 서명을 해서 조례를 발안하는 것은 「주민 조례 발안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장되어 있고, 온라인 서명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조례발안이 되면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지방의회가 의결을 하도록 되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예산심의를 방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셋째, 지방의원 중에 부패, 예산낭비, 법령이나 윤리위반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주민소환을 할 수 있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기 시작후 1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선거를 통해 걸러지지 못한 부적격자들을 퇴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지금 국회에는 주민소환을 보다 쉽게 하는 법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데, 제대로 심사가 안 되고 있다. 국회가 이 법을 빨리 통과시키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라인 서명을 가능하게 하고, 주민소환투표 개표요건을 낮추는 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주민소환제도를 활용하기가 지금보다는 쉬워진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선거일 하루만 자유인이고, 나머지 기간에는 노예가 된다’는 얘기로선거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했는데, 앞으로 4년동안 주인으로 살려면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