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부모는 자녀를 공부를 통해 발전으로 이끌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부모는 자녀를 공부를 통해 발전으로 이끌어야 한다
  • 송우영
  • 승인 2022.06.24 06:32
  • 호수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
송우영

어린 자녀가 배움을 구하는 것에는<유학지소이구학幼學之所以求學> 세 가지가 있나니<기사유삼其事有三> 엄한 스승과 좋은 형을 따라<종엄사량형從嚴師良兄> 날마다 그 가르침을 듣는 것이<일문기지회日聞其指誨> 그 첫 번째요,<기일야其一也> 논어·맹자·중용·대학 책을 읽는 것이<독사서지서讀四書之書> 그 두 번째요,<기이야其二也> 논어·맹자·중용·대학 책을 다 읽고난 후에라야<종독연후終讀然後> 천하 만리길을 떠나 유람하되<행정역만리유行程役萬里游> 은자고제를 방문하여 묻고 따져 익힘이<은자고제방힐문습隱者高弟訪詰問習> 그 세 번째다<.기삼야其三也>

본래 이 말은 성백成伯 홍석주洪奭周(1774-1842)의 학강산필鶴岡散筆에 따르면 주자의 말로 기록되는데 다만 후학들이 자신의 처지에 맞게 편수編修하여 오늘날 이런 문장이 되었다 전하는 말이다. 성백成伯을 부언설명한다면 성백의 조부는 항재恒齋 홍낙성洪樂性이며 항재恒齋의 아버지가 현서賢西 홍상한洪象漢이며, 홍상한의 사촌 동생이 정조의 친모 혜경궁홍씨의 아버지 익익재翼翼齋 홍봉한洪鳳漢이다. 학맥의 근저를 노론에 둔 그야말로 오로지 공부 하나만으로 가문을 정승의 반열에까지 이끌어 올린 기념비적인 명문가이다.

고래로 가난하면 지식이 짧다고 했다.<인빈지단人貧知短> 그래서 아버지 된 자는 허리가 꺾이고 다리가 분질러지고 심지어 그보다 더한 고통이 온다 해도 자녀만큼은 공부시키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했다.<불학지사번역파비不學之事飜逆破鼻> 요즘에는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로 통하지만 원뜻은 그게 아니었다. 중용강의中庸講義를 쓴 중국 남송 때 학자 몽제蒙齋 원보遠甫에 따르면 공부라는 것은<학야學也> 처음에는 재미가 없고<수시불락須始不樂> 그 다음에는 지겹고<기차야염其次也厭> 또 그 다음에는 지치고<又次也困> 그렇게 세 단계를 극복하고 나서야<연극삼과然克三過> 비로소 공부가 재미가 있게 된다.<소이중설所以重說>

여기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공부라는 것은이라는 학야學也라는 부분인데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혹 이본에는 학야이자學也而者로 된 문장도 있고 또 어떤 본에는 학이야자學而也者 혹은 학자學者 라고도 씌어있는데 옛글이 그렇게 됐으니 후학이 감히 미주알 고주알 할 수는 없으나 틀린 문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맞다고 말하기도 뭣한 문장이다. 왜냐하면 공부라는 것은이라할 때 학자學者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전달된다. 학야學也’ ‘이라고만 써도 의미전달은 충분하다. 왜냐면 한문에서는 성조聲調도 중요하지만 어조語調를 먼저 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글자 혹은 두 글자만 써도 의미전달이 충분한 글을 네 글자씩 사족을 달 듯 붙여놓는 이유는 말을 천천히 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하는 거다고 필자는 배웠다. 이런 문장을 일러 휴지어休止語라 부른다. 천천히 쉬었다가 거기서 또 멈추었다가 가라는 얘기다.

글보다 말을 우선으로 두고 만들어진 책이 사서 곧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사서에는 의외로 휴지어들이 많다. 곧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책을 읽을 때는 천천히 생각해가면서 그리고 충분히 쉬어가면서 읽으라는 행간이 주는 교훈인 셈이다.

그렇다면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대목은 뭘까. 뭐니뭐니해도 척사斥邪일 것이다. 나쁜 것 자체가 없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것이 몇 개가 있다. 공부에는 결코 삿됨이 들어와서는 안된다.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는 사소절 초두 행동거지 편에서 이렇게 명토박는다. 쉽게 풀어쓰면 어린아이의 기상은 영리하고 뛰어나더라도 들떠 날뛰는 데 이르지 아니하여야 하며, 후하고 순박하더라도 잔약하고 무른 데 이르지 아니하여야 하며 또한 단번에 재능을 다 나타내서 남아있는 재능이 없게 하여서도 아니되며, 다만 부모는 공부로 정성을 다하여 긴 시간 발전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