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서천갯벌에서 조류 조사를 위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하다가 서천군 장항읍 옥남리와 마서면 남전리의 경계지역인 옥남리 647-25에 위치한 조류 탐조대로 이동을 했다. 그런데 바닷가 쪽에 위치한 벽면 개방형 탐조대의 윗판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무너진 윗판의 길이가 대략 30미터, 폭은 90센티미터였다. 윗판의 전체 무게도 상당히 될 것 같았다. 만약 붕괴 당시에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면 큰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밀폐형 탐조대가 필요한 곳
수직판과 윗판을 잇는 나무가 썩은 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윗판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 탐조대가 만들어진 지가 최소 5년 이상이 되었다. 그동안 서천군 행정이 이곳의 탐조대가 붕괴될 우려가 있지는 않은지를 얼마나 자주 확인해봤는지 모르겠다. 7월 17일 다시 현장을 방문해 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윗판의 일부를 남겨놓고 대부분 누가 가져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7월 15일에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바닥에 떨어진 윗판이 그대로 있었으니 아마도 그 사이에 누군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가장 먼저 탐조대가 설치되었어야 하는 지역은 인근의 솔리천 하구의 솔리갯벌 쪽 해안가(장항읍 옥남리 647-14)이고, 밀폐형 탐조대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근거에 의해서 이곳에 개방형 탐조대와 각종 시설물을 엉터리로 설치했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5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봄철 만조 때 송림항 인근에서 건너편에 모여든 새를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을 좌우로 움직이다가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 것을 보았다.
엉터리로 적힌 안내판
그래서 이곳으로 이동해 확인해 보니, 입구에 대산지방해양항만청(현재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세운 ‘조류전망공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판에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사진과 함께 새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새 이름도 틀리게 적혀있었고, 바로 앞 갯벌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가창오리 사진도 부착되어 있었다. 안내판을 수정해야 한다고 관련자에게 직접 말하기도 했으나 지금도 그대로 바꾸지 않고 있다.
입구 안쪽 우측에 화장실이 있었고, 이곳의 자연적 조건과 별로 맞지 않은 조경용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후 여러 그루의 나무가 죽기도 했다. 콘크리트 바닥에는 세계지도를 새겨놓고 주변에 똑같은 모양으로 청둥오리 10개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차라리 조형물을 만들려면 이 앞 갯벌에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그 중 조류 10종의 조형물을 다양하게 만들어 배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안쪽에 나무로 만든 3층 높이의 전망대와 벽면형 탐조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자연해안 파괴한 흉물
이곳에 탐조대와 관련 시설들이 들어서기 전을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시설이 들어선 것 차체가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원래 이곳은 갯벌과 염습지, 해안사구, 육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자연해안이었다. 그런데 이 아름답고 다양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던 곳을 바닥에 콘크리트 공사를 하고서 엉터리 탐조대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들어선 탐조대를 이용하기에도 좋지 않았다. 바닷물이 차오르면 새들이 탐조대 앞까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밀폐형이 아닌 개방식 벽면형 탐조대이다 보니 새들이 이곳에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탐조대까지 다가오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더욱이 탐조대의 뚫린 개방공간의 높이가 똑같은 높이로 되어 있는데다가 높이도 전혀 맞지 않게 만들어져 있어서 이 개방공간을 통해서는 조류를 관찰하기가 힘들었다. 만약 개방공간의 높낮이를 어린이부터 어른의 선 키에 맞게 다양하게 했다면 다양한 탐조객이 다가가서 새를 관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앉아서 볼 수 있는 널빤지 형태의 나무의자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부실하게 탐조대가 만들어지다 보니, 사실상 이 탐조대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탐조대를 찾는 사람도 결국 탐조대 옆에 서거나 조경용 나무 옆에 서서 망원경을 이용해 새들을 볼 수밖에 없다.
화장실은 잘 관리되지 않다가 몇 년 전에는 화재가 발생했고, 몇 개월 동안 흉물스럽게 방치되다가 아예 철거해 버려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에는 대낮에 어떤 사람이 나체 상태로 전망대의 중간층 바닥에 엎드린 채로 있던 모습도 여러 차례 본 적도 있다. 현재 조경용으로 심은 나무들이 덩굴식물에게 덮여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3층 높이의 전망대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몇 군데가 뒤틀려 있고 버섯까지 자라고 있어서 곧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언젠가 계단 입구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줄이 쳐 놓기도 했다. 더욱이 새를 관찰하러 올 때마다 탐조대 옆 해안가에 해양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는 모습을 보는데 왜 오랫동안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붕괴위험 안은 채 방치
처음에 이곳을 확인했던 당시 혹시 서천군이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 당시 이런 시설에 대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서천군 생태관광과(현재 관광축제과)의 모 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당장 현장에 나오겠다고 하고서 이곳에서 만났다. “서천군의 예산으로 시설을 한 것이 아니고, 대산지방해양항만청(현재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이 건설한 것이며, 자신도 이곳에 만들어진 것을 처음 본다.”고 말했다.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연안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을 투입해 조류전망공원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 해양수산부의 직속 산하기관으로서 당시에 습지보호지역의 보전 및 관리 업무를 일부 담당한 바 있어서 이런 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본인이 “아무리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직접 건설했다 하더라도 서천군 관할 지역에 이런 시설을 건설하는데 서천군청의 협조 없이 어떻게 이런 시설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저런 말이 오가다가, 모 계장이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 건설을 했지만 결국 서천군 쪽에 사후관리를 맡길 텐데 걱정스럽다”는 말을 해주기도 했었다.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 국민혈세를 낭비하면서 탐조대와 각종 시설물을 이곳에 설치한 것도 문제였지만, 사후관리가 안 된 탐조대와 조경용 나무들, 불에 타서 철거해 버린 화장실, 방치된 해양쓰레기 등을 보면서 대산지방해양항만청과 서천군청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이 모든 시설을 철거해서 원래의 자연상태로 원상 복구하든지, 아니면 벽면형 탐조대와 전망대를 철거해 버리고 밀폐형 탐조대를 제대로 만들어서 새롭게 설치하든지 서천군이 신속히 결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무용지물의 탐조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용기 시민기자/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