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하지 못한 자와는<未及修身者> 천하의 일을 논하지 않는다.<不論天下事> 옛사람들의 인생살이 출발은 수신修身에서 시작된다. 수신이라는 말은 몸을 닦는다는 말이다. 몸을 닦는 데는 쇄소응대진퇴지절灑掃應對進退之節이라 하여 물 뿌리고 마당 쓸고 응하고 대하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예절에 맞게 행함해야 하고 이것이 습관 된 후에는 예악사어서수지문禮樂射御書數之文이라 하여 글공부를 하는데 이를 절문節文의 공부라 한다.
절문의 공부를 증자는 대학 책에서 천하를 경륜함에 두는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그것이다. 이를 삼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으로 나눈다. 삼강령三綱領은 세 개의 큰 줄기라는 말로 기일其一 재명명덕在明明德,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음이 그 첫째요. 기이其二 재신민在新民,백성을 새롭게 함에 있음이 그 둘째요. 기삼其三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 지극한 선에 머물러 있음이 그 셋째이다. 팔조목은 여덟 가지 실천 항목으로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가 그것이다.
옛말에 어른의 말을 듣지 않다가 반평생을 혼미하게 보냈다<이위불신장설以爲不信長說 혼과반생昏過半生> 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어른의 말이라는 것은 공부를 말한다. 옛사람의 공부는 네 권의 책에서 시작된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그것이다. 읽는 순서에 대해서는 율곡의 격몽요결에 따르면 대학을 먼저 읽고 논어를 읽으라 하지만 순서는 크게 좌우될 것이 못된다. 다만 논어를 먼저 읽음이 옳다. 왜냐하면 공자를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자를 알기 유일한 책은 오직 논어가 전부다. 물론 공자께서 직접 찬하신 춘추경도 있지만 춘추경에는 공자의 이름이 단 한번도 언급이 안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노나라 역서서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춘추는 노나라의 사관史官이 기록한 궁정연대기宮廷年代記다. 이를 공자孔子께서 포폄褒貶으로 필삭筆削을 더해가며 단순한 궁정연대기로 끝날 뻔한 기록물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만들어 경전의 반열에까지 올려놓은 책이다.
책 내용의 기간은 중국 춘추시대 노魯나라 은공隱公으로부터 애공哀公에 이르기까지 14명의 군주 중에 12공公의 인물만 추려 242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춘추경이 갖는 무게는 오경五經 가운데 하나이며 경문經文이 1800여 조條 1만6500자字로 이루어진 최초의 편년체編年體의 역사비평서이다. 이 글에 대한 세 권의 주석서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 있으며 이를 춘추삼전春秋三傳이라 한다.
이에 옛 어른들의 말을 빈다면 춘추경은 어려서 멋모를 때 읽든가 나이가 들어 마음에 흔들림이 없을 때 읽든가 하라는 책 중에 하나다. 그만큼 읽기도 어렵거니와 배우기도 녹녹치 않은 글이 춘추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논어는 다르다. 춘추는 공자께서 찬하신 글이고 논어는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을 제자들이 찬한 글이다. 그러하기에 사서를 읽고자 한다면 먼저 공자의 말과 생각이 담긴 논어를 우선함이 좋다 하겠다.
논어에는 주옥같은 문장이 499문장이 있다. 본래 논어는 빈경邠卿 조기趙岐108-201 논어論語맹자孟子 장구章句를 나눴고 이를 삼국지 현덕 유비와 공손찬의 스승 자간子幹 노식盧植139-192이 사서장구로 다시 재편했으며, 송나라 때 이르러 주자朱子께서 논어 20편을 다시 재편하여 482문장으로 나눴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다산 정약용께서 488문장으로 나눴으며<다산고금주 해제 정약용저 이지형역주> 근래에 이르러 부곽재負郭齋 줄포茁浦 임동석林東錫교수는 자신의 사서집주언해논어 책<임동석역주 학고방 출판>에서 499문장으로 다시 분절하여 이른다.<다음지면에 논어분절에 대해 따로 할해하고자 하니 여기서는 부안설 만큼만 단다.> 물론 이것이 경전 가감법과 경전 축자역법에 합당하냐 아니냐라는 논지는 남지만 후학이 논어라는 글을 읽어내는 데는 조금은 수월한 것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논어의 장구章句에 대한 분절을 가하는 것은 단순히 논어를 안다 정도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닐 터 여기에는 많은 복합적 함수가 내함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