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되지 않는다
■ 모시장터 /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되지 않는다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2.08.19 01:55
  • 호수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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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멀리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리적으로도 먼 유럽, 프랑스.

1789714, 국민들이 오랜 황제와 교황의(정치와 종교의) 지배에 저항하여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노예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일으킨 시민혁명과 이 혁명의 내용을 담아 공표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은 인류 현대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의 하나로 꼽힌다. 시민들은 당대 정치적 탄압의 상징이던 바스티유 감옥으로 몰려가 빗장을 풀고 황제의 군대와 맞서 싸웠다. 이 무력 충돌은 시민군의 승리로 돌아갔고 루이 16세는 항복했다.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국민의회가 국가 권력의 한 축으로 작동하면서, 프랑스는 현대적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개나 돼지처럼부림을 당하던 국민들의 노예적 복종은 끝이 나고, 황제를 위시한 귀족들의 특권이라든가 로마교회의 절대권위는 해체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프랑스는 20세기 인류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 인권국가가 되고, 그 수도 파리는 경제/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하지만 1789년 시민혁명이 승리를 거둔 그 날부터 진정하게 왕정체제를 끝내고 민주공화국을 출범시킨 1870년대까지, 적어도 80년에서 1백년의 시간차가 있다. 프랑스 시민혁명은 발발로부터 완성까지 1백년이 걸렸다고들 한다.

시민혁명이 어느 순간 감동적인 승리를 거둔다 해도, 그것이 민주정부의 완성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시련을 거친다. 프랑스혁명의 1백년을 되돌아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1백년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먼저 시민혁명의 확산을 우려하는 유럽의 왕조국가들이 연합으로 프랑스 부르봉왕조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쳐들어오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저지하며 공화파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준 인물이 24세의 포병 대위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영국-스페인 연합군을 포격으로 물리치며 단 몇 달 만에 준장까지 진급하며 국민영웅이 되었다. 그 공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 제1공화국 통령에 올랐는데, 얼마 뒤 친왕파의 반혁명쿠데타를 진압한 뒤에는 구 왕조의 복귀시도를 원천 차단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시민혁명의 본의에 반하는 배신이었다. 그리고는 유럽 왕국들과의 전쟁을 확대시켰다. 그 결과 알프스를 넘어가는 원정에 올라 수많은 프랑스 젊은이들을 희생시키고 자신도 몰락했다.

그 뒤 프랑스인들은 1830, 1848, 두 번의 정치혁명을 거쳐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을 뽑았는데, 여기서 당선된 구 황제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다시 공화국을 배신하고 왕이 되었다. 그가 나폴레옹 3세다. 그도 전 황제처럼 독일(프로이센)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러시아로 밀고 올라갔다가 패전하였다. 그제야 왕정복고의 바람이 수그러들고 진정한 공화정이 시작되었다. 여기까지 80년이 걸린 것이다. 그 이후에도 양대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시련이 있었지만, 만인평등의 프랑스 민주공화정은 꿋꿋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1919년 대한민국 독립선언으로부터 1백년을 넘겼지만, 식민지시대를 거쳐 해방을 맞은 지 77. 그 사이에도 우리는 4.19의거와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민주항쟁 등 진정한 인권평등과 민주국가 완성을 위해 크고 작은 투쟁과 곡절이 있었다. 몇 차례나 민주 시민세력의 감동적인 승리가 있었지만, 때때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누가 민주주의를 배신하는지 판단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민주주의를 원하면서도 때로는 영웅에 기대고 싶은 유혹에도 빠진다. 혼란에 빠질 때마다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민주공화국의 이상은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본래 인간의 이상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향한 의지를 버리지 않는 한, 정말로 그것이 실패하는 일은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4.19로부터 62, 87년 민주항쟁의 승리로부터 이제 35년이 넘었다. 시련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사이에 훨씬 탄탄해진 민주주의의 힘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힘을 내서 희망을 지키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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