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구성원 모두 인권이 존중받고 보장되는 학교 돼야
*이 기사는 충남도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고종만 : 안녕하세요. 뉴스서천 대표 고종만입니다. 오늘 방송은 뉴스서천이 충남도 미디어 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지역언론 지원사업 연합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참교육을 실천하고 계신 전교조 선생님들과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귀한 시간 할애해 주신 김주철 이수일 선생님 두 분 고맙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시죠.
김주철 : 장항공고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김주철입니다.
이수일 : 충남 디자인예술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수일입니다.
고종만 : 두 분 선생님은 전교조의 강령 및 참교육 실천 강령을 준수하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교조 강령 중에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자주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은 물론 인권 교육을 직접 실천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생님들은 전교조의 강령과 참교육 실천 강령에 따라서 뉴스서천, 서천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과 함께 서천군 청소년 인권문화제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전국에서 청소년 인권이라는 주제로 16년 동안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것은 서천군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청소년 인권문화제의 모태가 된 2004년 청소년 인권영화제 및 인권토론회를 개최하신 김주철 선생님이 나와 계십니다.
2004년부터 16회 청소년인권문화제 개최
김주철 : 2004년 1회부터 16차례 인권문화제를 개최해왔습니다.
고종만 : 궁금한 것은 청소년 인권문화제의 모태가 된 인권 영화제 및 인권토론회를 개최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주철 :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안납니다. 지금 기억을 되살려보면 2004년경에 저를 비롯한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생과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 인권영화제를 겸한 토론회 개최였습니다. 이에 따라 2004년 인권영화제 및 인권토론회를 전교조 서천지회 주최, 뉴스서천 주관으로 개최하게 됐습니다. 특히 인권영화제 및 인권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전교조 혼자만의 힘으로 하기 보다는 행사의 파급력 등을 높이기 위해서 풀뿌리 지역언론과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뉴스서천 등에 연대를 제안했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16회 동안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과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고종만 : 서천에서 청소년 인권문화제가 16회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제1회 인권영화제 및 인권토론회 결과가 좋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김주철 : 생각했던 것보다 평가가 좋았습니다. 특히 사후평가 과정에서 참여 선생님들 모두 단발성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청소년인권문화제를 ) 지속할 수 있었던 같습니다. 처음에는 서천고등학교와 서천여고 2개 학교 학생들만 참여했지만 횟수가 지속되면서 특성화고는 물론 중학교 학생들까지 참여폭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특히 인권문화제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행사 준비는 물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수시모집 등 진학과정은 물론 인권의식 함양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참여율도 높았던 것 같아요.
청소년인권문화제, 도내 시군으로 확대
고종만 : 인권문화제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이수일 : 16회 동안 인권문화제가 개최됐는데 2009년 전과 후로 나눠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열린 인권문화제는 각 학교 학생회장과 인권문화제에 관심 있는 소수의 학생들 주도로 열렸습니다. 2009년부터는 인권문화제에 참여한 관내 6개 고등학교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준비 팀을 꾸린 가운데 각 학교별 준비팀 팀장들이 모여서 인권문화제의 주제와 방향을 정해 개최하게 됩니다. 각 학교 학생회 주축으로 인권문화제가 개최되면서 행사 내용이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해지고 학생자치 역시 활성화 된 것 같습니다. 급기야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는 2014년 도내 시군 담당자와 회의를 통해 전교조 서천지회가 서천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추진하는 '청소년인권문화제'를 도내 시군으로 확대 추진키로 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한동안 도내 4~5곳에서 서천과 비슷한 방식으로 인권문화제를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김주철: 교육감님께서 교육감 당선되시기 전에 저희 인권문화제에 같이 참여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현 교육감은 청소년 인권 및 학생자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현재 도교육청과 서천교육지원청에서 학생자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행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교조 서천지회가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고종만 : 법외 노조로 전락했을 때는 비용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좀 많았었을 텐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행사비를 전부 다 교육청에서 보전을 받는 방식인가요
이수일 : 청소년 인권문화제를 개최하면서 두 가지가 어려웠습니다. 전교조 서천지회가 예산이 많지 않다보니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변변한 간식도 주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해주기 전까지는 선생님들이 행사에 필요한 책상을 직접 용달차로 실어 나르고 행사 무대도 직접 설치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전교조, 인권 등에 대한 서천지역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학생인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한 예로 2009년도에는 한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인권문화제 준비팀에 참여한 학생 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참여하지 못하게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천지역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이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개최하는 행사이다 보니 교장선생님의 행사 참여 만류에도 불구 인권문화제 행사에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고종만 : 인권문화제가 16회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수일 : 2007년도에 서천으로 온 저로서는 인권문화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모르고 전교조 선배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가며 인권문화제를 8년 정도 담당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김주철 선생님 등 지회 선생님들이 지속해 오신 인권문화제가 중단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고종만 : 인권문화제 주제가 매년 다른 것 같습니다. 16차례 진행해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한 인권문화제
이수일 : 매년 인권문화제 주제는 전년도 학생회장과 현 학생회장과 부회장 등이 모여서 정했을 뿐 선생님들은 주제 선정에 한 번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1회 주제가 ‘6개의 시선' 영화 관람과 학생자치였어요. 그 다음에는 아이들 관심사였던 연애와 이성교제, ‘학생답지 않다고 하는데 학생다운 게 뭐냐’ 등 이이들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을 주제로 정했고 나머지 세부 부대행사도 주제에 맞춰 진행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 것은 제10회 때입니다. 학생인권 10년 돌아보기 위해서 각 학교별로 그간의 선배들이 해왔던 주제들을 하나씩 맡아가지고 지금 시점에서 그때 고민들이 지금 지금도 유효한지, 그리고 그때는 이게 절박했을 땐데 지금도 그런지,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토의의 장을 만들고 그 결과를 학교별로 풀어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선배들이 했던 주제들을 가지고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서 영상도 찍고 UCC도 학교별로 찍어서 발표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주철 : 저는 2019년 16회 때 행사 참여대상을 고등학교 학생에서 중학교 학생들로 확대한 한 가운데 참여 학교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인권에 관한 사업을 먼저 실시한 뒤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고종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인권문화제를 개최하셔야 할 텐데 향후 개최될 인권문화제 추진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김주철 : 기존과는 좀 다르게 진행할 것 같아요. 서천교육지원청 및 도교육청에서 학생자치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전교조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인권과 관련된 지역 탐방에 학생회나 희망학생들을 모아 과제를 부여한 현장체험학습 추진 등 향후 사업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고종만 : 충남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일선학교에서의 변화상은 어떤가요?
이수일 : 재작년 7월쯤 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공문으로 학생생활 규정 등을 바꾸도록 지시했습니다. 인권조례에 의해 인권센터가 만들어졌고 인권센터에 있는 인권옹호관은 직권 조사권을 갖고 있습니다. 일선학교별로 학생인권조례가 완벽하게 적용, 시행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전교조 서천지회가 처음 인권문화제를 고민했던 시점에 비해 학생들의 인권 보장 등이 좀 높아진 것 같습니다.
0교시 수업하는 학교 없어졌다
김주철 : 저도 기억이 나는데요. 인권문화제 초창기인 2004년 당시만 하더라도 제일 큰 문제가 ‘0교시 수업’이었는데 현재는 0교시 수업하는 학교가 단 한곳도 없는 것만 봐도 많이 개선됐죠. 그리고 학교 규칙도 인권 친화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고종만 : 인권문화제를 지속해오면서 학생들의 인권의식도 많이 올라왔나요?
이수일 : 정량화해서 판단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많이 제고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과거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고종만 : 현재의 충남도 학생 인권조례를 보시면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수일 : 제가 교권 조례도 만들다보니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조항들이 좀 보이긴 했거든요.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협의하고 민주적인 논의 절차를 통해 학교 실정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조항은 그러한 과정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면 학생 인권조례를 처음 발의하고 주장하셨던 분들은 학생인권 조례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에 강행규정 대신 애매모호한 조항을 삽입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시위하고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
고종만 : 홍성의 한 중학교 학생이 교탁 위에 비스듬히 누워 여선생님 모습을 동영상 촬영하는 듯한 사진이 SNS에 올라온 것을 보면서 교권 침해현상이 심각해 회복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우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최근 5년간 교육활동 침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활동 침해사건이 2269건이 발생했는데 2020년 대비 88.6% 증가했다고 합니다. 교권 침해활동 유형별로 보면 폭언과 욕설이 54%, 무례한 언행이 18.1%, 수업방해 13.1% 순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경우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런 사례들을 접하신 적 있으신가요?
이수일 : 인용하신 국감자료 통계는 신빙성이 없는 통계입니다. 왜냐면 교육활동 침해라고 나온 2269건은 정식으로 신고가 돼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권활동 침해로 인정한 사안들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권침해를 반영하지 못한 자료인 것입니다. 실례로 말씀하신 통계자료에서 수업방해가 13.1%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희가 교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충남지역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권침해 경험이 80%가 넘은 것으로 조사됐고 이 중 절대 다수는 수업방해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수업방해는 대부분 학교 현장에서 교권침해 사안으로 접수되지 않습니다.
수업 방해 학생은 교육권 보호위원회 대상
고종만: 홍성 사건도 일종의 수업방해로 볼 수 있나요?
이수일: 물론입니다. 이러한 수업 방해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수업방해를 가장 큰 고민으로 여기는 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노골적으로 수업방해를 하는 학생들에게 “수업방해하지 말라”고 해도 먹히지 않아 속앓이를 한다는 것입니다.
고종만 : 학습방해 학생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
이수일 : 아쉬운 것은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된 기준을 정하는 교원지위법에는 수업방해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거든요. 그래서 조례를 만들 때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 학생은 교육권 보호위원회 대상이 된다는 조항을 넣어놨는데 사실 많은 학교에서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교권 조례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도 대부분 (수업방해를) 교사 개인의 역량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수업방해 학생 문제를 교사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데다 수업방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더 큰 교권 침해 발생을 우려한 나머지 교사들이 그냥 속앓이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김주철 : 맞습니다. 수업방해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조치를 취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학교현장에서 이를 잘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수일 : 학습권 침해문제는 학교규칙 제정권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인 교장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교장 교감선생님들은 직접 학생들을 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원발생을 우려한 나머지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고종만 : 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학습권을 침해를 하는 학생들에 대한 제재 강화밖에 없을까요?
행복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다
이수일 : 많이 있겠죠. 교육적인 방법도 있을 것이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에게 다시는 방해하지 못하도록 제2, 제3의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외국에서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때문에 수업 진행이 어려울 경우, 해당 학생을 별도의 교실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교정되지 않으면 부모와 상담하는 등 단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수업 방해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종만 : 말씀을 나누다 보니 청소년 인권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교권(교육할 수 있는 권리)이 강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수일 : 세계 인권선언의 마지막 항목에 나와 있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말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습니다.
고종만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
이수일 :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권이 보장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불가침 영역인 인권이 보장되는 등 학교 구성원 모두 인권이 존중받고 보장되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주철 : 이수일 선생님 하신 말씀대로 된다면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고종만 : 장시간 말씀 나눠주신 김주철, 이수일 선생님 고맙습니다.
<정리=고종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