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른 서천군 수험생 315명 중 1명이었다. 현재 고3 수험생은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입학식도 하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여전히 지속되는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세운 학생들에게는 특히나 더 한 고난의 3년이었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9 시국에 수능을 치른 앞선 고등학생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졸업한 대학생들, 졸업 후 신규직원 채용이 없어 취업길이 막힌 학생들 등등 일일이 열거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들은 많지만, 지금은 “수험생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백번이라도 격려해 주고 싶다.
요즘은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 다양해져서 수능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졌다. 그러나 입결(입학시험 결과)이 예측 불가능하다 보니 전략적 전투태세를 갖춰야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전쟁터에 최대 6발의 포탄을 준비시켜 아이들을 내보낸 것 같이 느껴진다.
수능(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CSAT)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등교육(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 권한을 교육부로부터 위임받아 주관하는 표준화 시험이다. 즉,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제도를 관장하는 최고의 공신력을 갖춘 정부기관으로서 국가가 개입하고 있다. 국가가 교육에 주도해온 곳은 입시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무상의무교육 실시와 국공립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 교육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의 위상은 높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능을 치르는 아이를 보며 그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오늘날 공교육의 필요성과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는 공교육에 대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것처럼 교육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완전한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줄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가 주도하에 획일적인 교육 또는 엘리트주의적 교육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공교육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도시에서 서천으로 7살 때 내려와 유치원부터 다닌 아이가 곧 대학생이 된다. 전 과정을 서천에서 보내 아이가 학교 교육으로부터 받은 해택은 도시 아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의 편의가 최대한 반영되고 학부모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무상교육에 해당할 만큼 많은 물적 지원이 있었고, 국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과 체험 또한 아낌없이 지원해 준 덕분에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서천의 교육환경을 이야기해 주면 다들 놀라며 부러워한다. 교육지원청, 서천군청, 청소년 관련 시설, 국가 산하 생태환경 전문기관, 지자체 산하 환경전문 기관, 체험마을 공동체, 학습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각계 각층의 기관에서 우리 지역의 청소년들을 함께 키우는 데 적극 동참하였고 노력해 온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교육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의 벽 앞에서 결국 사교육 시장에 눈을 돌렸다. 아이가 원해서라는 핑계로 결국 막판에 좀 더 나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 마음과 불안감에 쫓겨 나름 가지고 있던 소신이 무너졌다. 대입제도에 대한 불만은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지만 학부모로서 처음 치른 대입에서 못내 아쉬웠던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학생이 학교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참교육을 위해서 교사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발판, 비계(scaffold)’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마다의 장점을 살려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최소한 서천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교육 없이도 원하는 학교의 학과에 진학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