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송강 정철의 순행에 대하여
■ 모시장터 / 송강 정철의 순행에 대하여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2.12.08 10:14
  • 호수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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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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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갖고 있는 봉선지를 돌아보니 나무로 만든 산책로와 다리는 여전히 뜯기고 주저앉아 있다. 관리가 안 된 지 여러 해이다. 필요한 곳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관리가 안되고 방치가 된 상태라면 보수를 해줘야 한다. 시설물을 깨끗이 유지하고 관리하는 인력을 상시 배치하여 관리를 맡기는 것도 일자리 창출의 일환이 될 수 있겠다.

봉선지 위로 새롭게 만들어진 철제 다리와 넓게 확장한 산책로는 예전 봉선지의 비밀스러운 호젓함을 잃게 만들었지만 이왕 만들어진 것, 꾸준한 관리로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으면 좋겠다. 다만 가창오리와 철새가 찾아오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적절한 통제를 하여 가창오리떼가 주는 선물 같은 군무를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주 전, 캠핑장과 낚시터가 있는 주변 도로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도로 옆으로 쓰레기, 페트병, 비닐, 깡통들이 즐비하게 버려져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절로 눈쌀이 찌푸려지면서, 쓰레기를 도로에 마구 투척하는 사람에게는 (별 소용이 없겠지만) 벌금이라도 내도록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거리의 조경 관리가 잘 된 나라는 잘 사는 선진국이었다는 점이다.

며칠 전에 일이 있어 홍원항과 춘장대를 가게 되었다.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어두운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면서, 비가 오는 날에 운전하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도로 공사를 하는 중에 불쑥 튀어나온 요철도 놀랄 일이지만 이정표도 도로도 잘 보이지 않는 밤길을 운전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밤에 이 길을 긴장하지 않고 운전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 지인이 서천의 자전거 도로를 일주하다가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끊어진 도로를 찾았다고 하소연하던 일도 갑자기 떠올랐다. 네비게이션의 위력을 크게 느낀 밤길이었다.

우리 집 앞 하수구 문제도 그렇다. 마무리가 덜 된 상태의 하수구 문제는 둘째 치고 노출되어 있는 하수구에는 잡초들이 자라 오수가 고여 썩고 있다. 위생상으로도 미관상으로도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하수구 옆 작은 진입로는 포장이 깨져 그 틈새로 잡초들이 자라면서 점점 갈라지고 있다. 하수구 문제나 좁은 골목길 상태가 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는 공통된 마음이다. 외국의 나라들 중에는 개인의 정원이나 집 주변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지저분하면 벌금을 낸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이 관리할 수 없는 일을 기관이나 국가에서 방치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마을의 분리수거장엔 자주 생활 폐기물이 쌓여 있고,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이장님이 간곡하게 분리수거를 잘 해달라는 부탁 말씀을 전하시지만 방송 자체가 무색하다. 분리수거장에 설치한 CCTV의 작동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니 불빛 없는 밤에는 어찌할 것인가.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이 주는 행복감을 시골살이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생태적이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잘 정비된 도로와 가로등. 각종 편의 시설들이 잘 연결되어 불편함이 없는 도시는 모두가 원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서천을 찾는 방문객이 어찌 힐링이 되며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

정철의 관동별곡은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도지사)에 임명되어 관동팔경을 유람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예찬하고, 선정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한글 가사이다. 교통이 발전하지 않은 당시에 해발 1500m가 넘어가는 백두대간 산을 넘어 다녀야 하는 강원도 순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백성들에게는 만나기조차 힘든 강원도 관찰사가 산을 넘어다니며 각 지방을 방문하면서 민심을 듣고 민원 처리에 나선 것은 이전까지의 강원도 관찰사들과는 분명히 달랐으므로 백성들은 정철을 지지하고 열광했을 것이다. 그전까지 왕 노릇하던 고을 원님과 아전들, 지방 순회를 강행하는 정철을 수행하던 비서진들은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정철의 행보가 생각나는 것은 머리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행동하는 목민관이 그립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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