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오로지 공부로 힘찬 출발을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오로지 공부로 힘찬 출발을
  • 송우영
  • 승인 2023.01.06 12:26
  • 호수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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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리의 훈도들에게는 아계이사자라는 말이 있다. 해마다 년초가 되면 나를 세우는 스물네 글자쯤으로 이해되는 말인데 시작은 이렇게 된다. 나라 환공 때 재상을 지낸 관중管仲이 쓴 관자管子라는 책에 이르길 일 년을 위한 계획으로는<일년지계一年之計>, 곡식을 심는 것만한 것이 없으며<막여수곡莫如樹穀>, 십 년을 위한 계획으로는<십년지계十年之計> 나무를 심는 것만한 것이 없으며<막여수목莫如樹木>, 백 년을 위한 계획으로는<백년지계百年之計> 사람을 교육하는 것만한 것이 없다.<막여수인莫如樹人>”

관중이란 인물은 어려서는 가난했다. 그럼에도 오로지 공부 하나만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라는 재상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그의 공부법이라는 것이 편히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그런 공부가 아니라 부잣집 도령 포숙아鮑叔牙가 글을 읽으면 그것을 담장 밖에서 귀담아들었다가 하루 죙일 일하면서 반복적으로 외우는 이문강야耳聞講野<귀로 듣고 이를 들판에서 외워 익히다>의 그런 공부였다.

그렇게 하기를 십 년쯤 지나니 어지간한 문장들을 다 외우게 되더라는 참 얼토당토않을 것 같은 험난한 공부임에 분명했다. 뭐가 됐든 그는 이렇게든 저렇게든 귀로 듣고 그것을 입으로 외워서 머릿속에 콕콕 박아두었다가 출세의 밑거름으로 사용한 것임에 틀림없고 또 재상이 된뒤에도 어려서 귀동냥으로 10년에 걸쳐 외워뒀던 것들을 꺼내어 정치에 충분히 활용했다는 인물이다.

이러한 지독한 공부 꾼을 모델로 삼았다는 인물이 남조南朝 때 사람 양나라 4대 황제 원제元帝 소역蕭繹이 그다. 그도 어려서 상당히 공부를 많이 한 인물에 드는 자로 그런 그가 관자의 말을 비롯한 현자의 말을 편찬한 찬요纂要에 따르면 관자의 나를 세우는 아계이사자我計二四字14절문切問으로 만들어 후학에 전한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고<일일지계재어신一日之計在於晨>,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다<일년지계재어춘一年之計在於春>” 그야말로 절창의 물음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 하루를 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새벽을 잘 시작해야 하고, 일 년을 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봄을 잘 시작해야한다. 이를 좀더 완곡히 말한다면 새벽이 게으르면 하루가 망쳐질 것이며 봄이 게으르다면 일 년이 망쳐질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경책이랴. 공자님의 서열 세 번째 제자 자공이 그렇지 않다며 묻는다. 이 장면이 논어 헌문편 14-18문장에 기록되어있다.

자공이 묻는다<자공왈子貢曰>. “관중은 어질지 못한 자이지요.<관중비인자여管仲非仁者與>” 하니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관중이 환공을 도와 천하를 제패하고<관중管仲상황공패제후相桓公霸諸侯> 천하를 하나로 바로잡아놓아<일광천하一匡天下> 백성들은 지금까지도<민도우금民到于今> 그의 은택으로 잘 먹고 잘살고 있다<수기사受其賜>”며 똑부러지게 말씀하신다<참고로 공자님은 33-35세 때 자로를 제외한 4명의 제자를 데리고 제나라에 가셔서 재상 안영과 여러 현자로부터 관중을 배웠음을 밝힌다>

공자 삼계도三計圖는 이렇게 후학을 독려하고 있다.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으며<일생지계재어유一生之計在於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일년지계재어춘一年之計在於春>,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나니<일일지계재어인一日之計在於寅>, 어려서 공부하지 않는다면<유이불학幼而不學> 늙어지면 아는 것이 없을 터이요<노무소지老無所知>, 만약에 봄에 밭을 갈지 않는 다면<춘약불경春若不耕> 가을에 바랄 것이 없을 것이며<추무소망秋無所望>, 만약에 새벽에 일어나지 않는 다면<인약불기寅若不起> 그날에 할 일이 없을 것이다.<일무소판日無所辦>”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늘상 맞는 새해라지만 몸은 지난해의 몸이 아닐 터 모쪼록 공부에 관하여 좀더 짜임새 있고 좀더 치열하게 그리고 힘찬 출발로 가열차게 매진할 수 있기를 다짐하는 새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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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환 2023-08-20 13:51:04
짜임세 있는 내용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