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 승인 2023.03.31 08:17
  • 호수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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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뜻을 품고 공부하라

 

 

송우영
송우영

조조曹操는 귀수수龜雖壽 제하의 시에서 자신의 뜻을 이렇게 피력한 바 있다.

늙은 천리마는 마판에 엎디어 있어도<노기복력老驥伏櫪> 그 뜻은 천리에 있나니,<지재천리志在千里> 열사는 늙더라도 <열사모년烈士暮年> 청년 때의 마음은 그침이 없도다.<장심불이壯心不已>”

남아가 이땅에 태어난다면 그 뜻은 반드시 천하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변하지 않는 진실 같은 거다. 그 중심에 공부가 있다. ‘남아입지출향관男兒立志出鄕關 학약무성사불환學若無成死不還이라 했다. 남자가 뜻을 세워 고향을 떠났거늘 공부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살아 돌아오지 않으리라. 대단한 결기가 묻어나는 경구가 아닐 수 없다.

공부하면 공자님을 비껴갈 수 없고 그중에 또 거의 둔재급에서 오로지 공부만으로 성공한 증삼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공자님의 제자 증자<증삼>는 자신의 책 대학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며,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편하게 한다는 말이다.

증자라는 사람은 그리 어려서부터 영리하다거나 뭣 좀 안다거나 그 정도의 인물이 아니던 사람이다. 그는 공문104과에도 들지못한 정도의 인물이다. 별반 똑똑치도 못했던 그가 어느 날 쓴 책이 대학 책이라는데 대학大學이라는 말은 본래 대인지학大人之學으로 큰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라는 말을 줄여서 대학大學이라 했으며 곧 큰 사람의 덕을 말한다.

대학 책을 쓰기에 앞서 먼저 쓴 책 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훗날에 증자는 인류의 효도의 성인이라는 종성宗聖의 반열에 오른다. 이 책을 짓게 된 데는 일정량 전하는 이야기 여러 개의 판본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렇다.

증자는 어려서 부모를 모시는 방법을 잘 몰라서 순종은 하되 무엇이 순종인지조차 모르고 순종했다 한다. 그리하여 더 잘 모시고자 하는 마음에서 공자님께서 강의하시거나 대부라든가 재상이라든가 군주 등과의 말씀을 나누실 때마다 먼발치에서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것, 모두를 옷의 띠에 기록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정리해서 자신의 부모님을 더욱더 잘 섬기는 데 필요한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노년에 이르신 공자님께서 이를 아시고 글을 한 글자 내려주셨는데 경이다. 이로서 효경孝經이 된 것이다. 논어맹자중용대학 책들은 그냥 4서이다 그러나 증자가 쓴 효라는 책은 경이붙어 효경이라 한다. 흔히 말하는 시경 서경 역경 춘추경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그야말로 기염을 토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아둔한 사람이라고 스승으로부터 공인받은 증자는 어쩌다가 종성이라 하여 성인의 반열에 오르고 그가 쓴 책 한 권은 경의 반열에까지 올랐던 걸까. 논어학이편1-4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증자는 말한다<증자왈曾子曰> 나는 날마다 하루 세 번에 걸쳐 나를 살핀다<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남을 위해 일해 줌에 충성하지 않았는가.<위인모이불충호爲人謀而不忠乎> 벗을 사귐에 믿음에 어긋남이 없었는가.<여붕우교이불신호與朋友交而不信乎> 가르침 받은 공부를 다 알지도 못하면서 또 남을 가르친 것은 아닌가.<전불습호轉不習乎>”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금기사항 같은 것이 있다. 공부를 하되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되어서도 아니되며, 공부를 하되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되어서도 아니되며, 공부를 하되 공호이단攻乎異端이 되어서도 아니된다. 난신적자亂臣賊子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위태롭게 하는 자녀를 의미하는 말이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은 사문斯文은 쪼갤사와 글월문으로 문장을 쪼개거나 갈라놓는다는 의미로 학문을 어지럽히는 행동이라는 말이고 난적亂賊은 어지럽힐난과 해칠적으로 나라와 사회를 어지럽히고 해치는 도적쯤 된다는 말이다. 공호이단攻乎異端이라 함은 유학의 공자님 맹자님 말씀인 경전에 위배되는 이단적인 학설 따위를 공부하거나 접하면 해롭다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한다 함은 뜻을 천하라는 곳에 크게 세우고 마음을 다그쳐 잡아매고 우직하게 그리고 묵묵히 오로지 공부만으로 인생에 승부수를 걸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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