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 서천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서천 수산물 특화 시장이다. 박대를 사기 위해서이다. 특히 서해안의 서천 박대는 유명하다. 여기에는 나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 벤또(당시엔 도시락을 벤또리고 불렀음)의 보리밥과 맛없는 장아찌가 왜 그렇게 먹기가 싫었던지 모른다. 생선을 싸주셨으니 그날 점심 먹을 생각에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벤또를 학교 가다 그만 논바닥에 떨어뜨리고 만 것이 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그 사실을 알면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 것인가. 돌아가실 때까지 혼자만의 비밀로 남겨 두었다. - 신웅순의 「도시락」에서
이 생선이 바로 박대이다. 어머니는 이 박대를 밥솥에다 쪄 주셨다. 모처럼 사온 박대로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주셨다. 어머니는 아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상상하며 싸주셨을 것이다. 도시락 반찬은 늘쌍 무장아찌였는데 모처럼 싸준 박대고기를 먹지 못했으니, 아니 맨밥도 못 먹었으니 어린이는 얼마나 배가 고프고 가슴이 아팠을 것인가.
그것이 일생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고향에 갈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장에서 박대를 산다. 나 때문에 아내도 박대를 좋아하고 딸도 손녀도 좋아한다. 삼대를 이어 좋아하게 되니 내 마음이 알게 모르게 대를 이어 전달된 것일까.
가난, 아픔, 슬픔…, 왜 이런 것들은 오랫동안 우리들의 가슴에 남는 것일까. 지금도 가슴에 남아 일생 눈시울을 적시고 있지 않은가. 세월이 많이도 흐르면 아픈 가슴은 어딘가에서 혼자서 저린 가슴이 되나 보다.
어머니와의 영원한 비밀이 되었으니 더더욱 그립고 애틋하다. 영원한 비밀, 종내는 그것이 사랑인 것인가. 낮은 목소리로 ‘어머니’ 하고 불러본다. 아니 기도처럼 나직이 불러본다. 그러면 혹 들리실지 모르겠다.
한 수 읊는다.
감꽃
필 때였나
찔레꽃
필 때였나
왼종일
봄비가
산녘에서
내렸었지
내 사랑 강기슭에 와
울음 그친 그 빗소리
-신웅순의 「어머니6」
<여여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