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고을 아가씨 그 나이 열 다섯 살
토담집에 자라나서 가는 모시 짜고 있네
가냘프고 여린 자태 쪽을 지고 시집가니
규수범절 묻지 않고 길쌈 재주 먼저 묻네.
가위질 바느질은 아직 손에 서툴러도
다만 하나 길쌈 등불 한 짝으로 맺었다네
십리길 친정집이 눈에 선해 아롱대나
부모님께 근친 못해 마음만이 애닯았네
위는 모시각비에 새겨져 있는 신영락이 지은 ‘백저사’의 일부이다. 한 필의 모시가 탄생하는 데에는 여인들의 인고의 세월이 배어있다. 모시 재배-태모시 만들기-모시째기-모시삼기-모시날기-모시매기-꾸리감기-모시짜기 등의 8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모시째기는 치아를 이용하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시자기는 힘이 센 며느리가, 모시째기나 모시삼기는 시어머니가 맡아서 했다.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1500년 전통의 한산모시짜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혼이 깃들어 있다. 또한 한산모시는 가장 생태적인 옷이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생태관광을 주요 군정 목표로 삼는 서천군의 여러 사업들과 연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더구나 서천은 국립생태원이 있는 곳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모시옷의 생태적 특성을 드러내 밝힌다면 서천군의 생태도시로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모시옷은 자연으로 고스란히 되돌아가 순환한다. 이러한 모시옷의 특성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한산모시문화제에서 마련한다면 많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았음인지 한산모시짜기는 2011년 11월 2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6차 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됐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이러한 가치를 이어가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으나 아직까지 해결책은 없는 상태이다. 아직 모시 모시길쌈의 경험을 유지해온 어르신들의 덕분에 올해에도 33번째 모시문화제를 치르게 됐다.
모시문화제에서 대중가수 초대 등 오락성 예산을 과감히 줄여 한산세모시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