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백성에게 베푸는 공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백성에게 베푸는 공부
  • 송우영
  • 승인 2023.07.06 10:21
  • 호수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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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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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에게 있어서 공부는 의무다. 의무는 내가 싫다고 해서 내 맘대로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비에게 있어서 공부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아버지의 바짓가랭이를 끌어당길 나이인 해제지동孩提之童 때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공부는 시작된다. 그렇게 자라서 5-7세가 되면 문자를 공부하는데 일자서一字書 이자언二字言 삼자경三字經 사자소학四字小學 오자추구五字推句 당시선唐詩選을 읽고, 7세부터 9세까지는 동몽선습童蒙先習 명심보감明心寶鑑 사략史略 소학小學 대학大學을 읽고, 11세부터 본격적인 경전 공부가 시작되는데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순으로 읽는데 대학大學은 재독을 하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한다.

어려서의 공부는 쉼을 허하지 않는다. 오롯이 쉼없이 가열차게 공부하여 17세에 이르면 1차 자신을 검증하는 나이가 된다. 공부의 깊이에 따라서 향시를 보기도 하고 초시나 진사시를 보기도 하는데 벼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면 진사시까지만 시험을 보고 초야에 은자로 은일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벼슬에 나갈 요량이라면 진사시進士試 입격 후 대과를 거쳐 벼슬로 출사를 한다. 그러므로 어려서 공부할 때 출사를 목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세상을 피해 지식인으로 사는 은일隱逸의 삶을 사는 것으로 공부의 방향을 삼을 것이냐를 정해야 한다.

유가의 기본 기초서라 할 수 있는 사서인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은 출사出仕를 기본으로 가르치고 있다. 출사는 치민治民의 삶인 동시에 위민爲民의 삶이다. 그 중심에 목민관과 백성이 있음이다. 목민관의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백성의 생활을 몸 굽혀 귀 기울여 살펴보아 불편함은 없는가를 확인하여 말에 풍성함에 앞서 먼저 물질로 돕는 일이다. 이를 덕을 베푼다하는데 흔히 부덕의 소치라는 말을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백성의 삶이란 창고에 곡식이 가득 차야 예절을 아안다. 설원說苑3권 건본建本25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하간헌왕河間獻王 유덕劉德은 말한다.<하간헌왕왈河間獻王曰> 관자 책에 이르길 창고가 가득 차야<관자칭창름실管子稱倉廩實> 예절을 알고<지례절知禮節> 의식이 족해야<의식족衣食足> 영욕을 안다<지영욕榮辱>고 했다.”

그러므로 어려서의 공부는 치국이냐 수신이냐에 따라 공부의 강도는 달라진다. 물론 이 두 방향의 공부는 모두 하나의 뿌리인 본분에 힘씀에서 시작된다. 공자님 말씀에<공자왈孔子曰> 군자는 본분에 힘써서<군자무본君子務本> 본분이 바로 선다면 거기서 도가 난다<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고 했다. 선비가 힘쓸 본분은 공부다. 공부는 강을 건널 때 반드시 필요한 배와 같은 거다. 배의 목적은 강을 건널 동안만 필요하다. 강을 건넌 뒤에는 배는 버려두고 그 다음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강을 건넜음에도 배가 아깝다하여 그걸 끌고 다닌다면 이는 곤란을 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또 어려서의 공부가 부실하여 뿌리가 바르지 않다면<부본부정자夫本不正者> 끝에 가서는 반드시 줄기가 굽어져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말필의末必倚> 춘추의 대의<춘추지의春秋之義>는 봄을 바르게 시작한 자는 혼란한 가을이 없다<유정춘자무난추有正春者無亂秋>고 가르친다. 여기서 봄은 인생의 첫 시작이라는 어린 시절을 말함이요, 가을이라 함은 인생의 말년을 의미한다. 곧 인생의 봄이라는 어린 시절에 열심으로 공부해 둔다면 그 이후의 삶은 그리 걱정할 바가 못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논어 헌문편 14-10문장에 공자님의 인물평이 나온다. 하루는 혹자가 정나라 대부 자산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공자님께 물으니<혹문자산或問子產> 공자님 답변은 이렇다. “그는 백성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이다.<자왈혜인야子曰惠人也> 또 묻기를 초나라 대부 자서는 어떤 사람입니까”<문자서問子西> 그러자 공자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시기를 그자는 참 몹쓸 자이니라.<피재피재彼哉彼哉>”

공자님께서 정나라 자산을 높이 평한 이유는 자산은 어려서부터 오로지 공부만으로 재상에까지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고 정치 또한 배운 대로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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