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은 신포2리 산 1-3번지, 근방 사람들이 공덕산 또는 도고산이라고 부르는 곳의 토석채취 신청을 허가했다. 산봉우리를 반절 가까이 깎아 경관을 완전히 바꿔버릴 뿐만 아니라 마을의 생활, 환경 및 교통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마서면 신포 2리 공덕마을과 도삼리, 화양면 장상리 등 공덕산 주변 주민들이 토석채취를 완강히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발 사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덕 마을 주민들과 공덕산 토석 채취 저지 대책위원회에서는 5월 말부터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6월 27일 300여명이 참석한 집회를 성사시켰고 두 달이 넘도록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해 왔다. 군수 및 담당자 면담을 통해 토석 채취 반대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왔다. 평균 연령이 일흔이 넘는 고령의 주민들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의사 표현을 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공덕산 보존과 마을의 평화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서천군청은 법적 하자가 없는 절차, 행정 소송에 대한 우려 등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완전히 무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해야 할 여러 이해충돌이 있겠지만, 결국 지방자치단체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보호하고 지켜야 할 주민들의 목소리와 권리를 외면한다면 서천군청은 법적, 행정적 절차 대행 기관 이상의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개발 사업자의 소송은 무섭고 주민들의 원성과 심판은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 서천군청이 공덕산 토석채취를 허가한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개발 사업자에게 찍힌 땅 중에 서천에서 살아남을 땅은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우선, 서천군청은 신포 2리 부지의 토석 채취 사업 신청에 대해 주변 마을인 신포 1리와 산내 1리의 찬성 의견을 주민 수용성으로 판단함으로써 주민 갈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아픈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남의 다리를 긁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원칙 없이 주민 수용성을 아무데나 갖다 붙인다면 일은 개발 사업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의견을 어떻게 모았는지, 주민들 의견의 근거는 무엇인지 세심하게 판단하지 않는다면 주민 의견은 결국 어떠한 사업에서든 행정의 나팔수 이상 그 무엇도 되지 못할 것이다.
신포 2리 토석채취 사업은 단순히 토석채취를 넘어서 개발 사업의 그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천군청도 잘 알고 있다. 이는 3년 전에 이미 반려된 사업이다. 사업성과 주민 수용 여부를 그 당시에도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천군청은 서류만 다시 꾸민 개발 사업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개발이란 무엇인가? 돈 있는 사람이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건물을 짓고 외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면 그것이 개발인가? 마을 회관에 천만원, 이천만원의 개발기금을 내 주면 그것이 개발인가? 신포2리 공덕마을 주민들과 공덕산 저지 대책위에서는 처음부터 ‘산봉우리보다 더 가치있는 게 무엇입니까?’, ‘마을의 평화보다 더 나은 개발이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토석 채취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제 김기응 군수와 서천군청이 다시 답할 차례다.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가?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산봉우리 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을의 평화보다 더 나은 개발은 무엇인가?
더 많은 갈등이 생기기 전에, 더 많은 피해가 생기기 전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토석채취 허가를 철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