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국자가 될 능력도 없지만 되지도 않겠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찾겠다고 만주 벌판에 신흥무관학교를 짓고 그곳을 기점으로 활동하신 독립투사들, 상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국적(國賊)을 물리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을 벌이던 애국지사들, 국내에서 일본의 밀정을 피해 가며 독립 자금을 조달하던 애국자들...
그들의 자손이 지금 독립된 우리나라에서 조상의 공로를 인정받으며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면에 나라의 기밀과 독립운동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선총독부에 고변하고 혜택을 누리던 자들의 후손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니 애국이니 애족이니 하는 울타리 안 사고방식은 필요 없는 시대다. 산업 스파이가 생기고 군 징집을 피해 외국으로 이민 가버리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다, 일제 강점기 같은 일이 또 닥친다면 독립운동을 하겠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부터 우리 가족 누구도 독립운동을 못 하게 할 것이다. 대대손손 명예만 붙들고 살 수는 없다. 명예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
독립운동, 어리석은 일이었다. 애국지사들은 독립된 나라에서 자기 자손들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과 돈은 침략자들의 뒤를 쫓던 자들의 차지가 되었고 그들은 민주와 자유라는 간판을 걸고 침략자들이 해오던 일을 답습하고 있다.
어느 시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한 시를 썼다. '내가 왜 돌아왔던가?'하고 홍범도 장군이 통곡하고 있다고.
정말 홍범도 장군은 지금 오열할 것이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목숨을 내놓고 전투를 했던가. 구차한 목숨 이어가며 살아왔던가 하고. 그의 소원은 독립된 대한민국에 돌아가는 것이고 그의 후손이 자유 대한민국에서 잘 사는 것이었을 텐데. 지금 그에 대한 우리의 대접은 어떠한가. 그를 우리가 다시 죽이는 꼴이다. 그까짓 흉상 하나 가지고 요란스럽다고 할 테지만 그것은 애국정신을 지우는 일이다.
앞으로 홍범도함(잠수함) 이름도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나라가 망하거나 배가 다른 나라로 팔리지 않는 한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는데 새로운 예를 만들려나 보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에서 서훈한 애국자도 부역자로 바뀌고 잠수함의 이름도 바뀌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