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서천에서 ‘제2회 중고제 축제’가 열린다. 지난 해 공주에 이어 서천에서 축제가 열리는 것은 중고제 판소리의 전성기를 가져온 이동백, 김창룡을 배출한 고장이 서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1941년도에 간행된 ‘조선창극사’는 12인의 판소리 명창에 대해 “중고제, 중고조 또는 호걸제”라는 별도의 부기를 두어 소개하고 있다. 한송학을 필두로 김정근, 윤영석, 백점택, 이창원, 황호통, 박상도, 김충현, 김봉학, 김석창, 이동백, 김창룡에 이르기까지 중고제 명창으로 언급된 이들은 대부분 충청지역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서천 출신의 이동백, 김창룡은 근대 5명창 중 한 사람들이다.
이후 중고제 판소리는 유행이 바뀌며 세상에서 잊혀지면서 여기에서 분화해간 서편제, 동편제가 진화 발전했다. 현대에 이르러 판소리의 기원이 호남지역인 것으로 오해되며 해당 지자체에서는 이를 그 지역의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서편제의 현란한 음악적 기교에 식상한 판소리 소비자들이 옛날 할머니들의 음식 맛처럼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나는 중고제 판소리를 찾고 있다며 최근 중고제 판소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1990년대에 한 민간 연구가에 의해 서편제, 동편제 이전에 옛날 판소리인 중고제가 충청지역에서 성행했고 서천지역에서 꽃피웠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최근 중고제 복원을 위한 연구가 충청지역에서 일고 있다. 이번 축제 기간에 열리는 학술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사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서천군에서도 이에 관심을 두고 몇 가지 사업을 벌였으며 ‘이동백·김창룡 선양 전국악경연대회’도 올해로 6회를 치렀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서천이 배출한 명창들을 기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1월 장항읍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시간에 성주리에 사는 한 주민은 군수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는 발언에 나서서 성주리는 “김창룡이 태어나 자란 곳이고 이동백과 함께 판소리를 공부한 곳”이라며 “대학 교수들이 찾아와서 이렇게 방치할 수가 있느냐며 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버스로 단체로 찾아오는 손님들은 먼 데에 차를 주차해두고 온다고 말하고 생가 복원과 진입로 확장을 주문했다.
이에 우리 군에서도 그간의 노력과는 차원을 달리해 중고제를 우리 지역을 되살려낼 문화 유산으로 보고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