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책 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
■ 모시장터 / 책 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3.11.16 07:55
  • 호수 1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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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지난 세기 끝 무렵, 즉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전 1990년대 즈음에 자주 보도된 부끄러운 이슈가 하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세계의 문명국들 중에서 가장 독서량이 적다는 통계였다. 학습교재 아닌 책을 1년에 한 권이라도 읽는다는 사람은 국민의 20~30%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세대를 위해 굳이 변명하자면, 너무나 먹고 살기에 바빴다. 하지만 2000년 무렵 이후로는 사정이 다르다. 5일 근무제가 시작되었고(2004),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공도서관 수는 전국 1천개, 시군 단위마다 몇 개씩은 설치돼 있다. 책 읽을 시간도, 책 살 돈도 여유가 없다는 변명은 더 이상 정직하지 않다.

왜 새삼 책 이야기를 꺼내는가. 책을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대개 집중력 부족 때문이다. 여기서 악순환이 발생한다. 집중력이 부족해 책을 읽지 못하고, 책을 읽지 않으니 집중력이 늘지 못한다. 이 문제는 사실 매우 심각하다. 사람의 집중력 부족은 사고력을 단순화시키고, 그 결과들이 흔히 치명적인 사회문제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 20세기 후반에 책벌레의 나라라 불리던 일본에서도 지금은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승객은 보기 어렵다. 몇몇 노인들만이 손때 묻은 문고판을 읽고 있을 뿐, 대다수 젊은 층들은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웹툰이며 유튜브 같은 것에 빠져있다. 우리나 별 다를 바 없는 이 모습은 이제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 같다.

세계적 석학들은 하나 같이 세계적으로 추세가 된 모바일 홍수를 걱정하고 있다. (텍스트)을 읽지 않는다는 문제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왜 걱정이냐 하면, 사람들이 집중력을 읽고 산만해졌다는 것이다.

인류의 수명이 흔히 백세까지 연장된 것은 20세기 문명이 맺은 결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더 늘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모바일 문명의 영향으로 인간 두뇌가 지구력, 집중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뇌는 생각 뿐 아니라 사람의 행동, 운동능력, 세포재생과 유지활동까지도 지배하는 기관이다. 20세기 이후 인류는 매우 영리해졌다. 어떤 유행병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집단적으로 방어하고 대응하는 능력, 의료기술과 영양학의 발전, 국가 간 전쟁이나 개인 간 폭력을 기피하기 위한 협약이나 법률 등의 제도들로 인해 그 이전보다 죽을 이유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것이 백세장수시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1백여 년 간 인간의 태평성대를 가능케 했던 두뇌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모바일에 공급되는 콘텐츠는 더욱 짧아진다. 쇼츠, 릴스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 인간 두뇌의 기억력과 사고력 역시 더욱 단순화되고, 성격은 즉흥적 충동적으로 바뀌어간다. 요즘 석학들의 진지한 경고다. 그 영향을 우리는 이미 눈앞에서 보고 있다. 툭하면 터지는 전쟁, 폭력, 부실공사, 사기와 도둑, 부정부패한 정치권력의 탄생, 집단 이기주의도대체 믿고 싶지 않은 야만적 행태가 21세기에 다시 창궐하고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 뿐 아니라 언필칭 문명국가라는 세계 각국에서,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정신은 산만해진 시민들이 정치꾼들의 거짓 공약이나 속임수를 판별해내지 못하고 사탕발림에 홀려,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매스컴에 휘둘리고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정치세력에게 투표를 한다. 전쟁도 환경파괴도 그래서 중단되질 못한다. 이런 와중에 인공지능과 우주시대로 대변되는 진정한 21세기가 열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책을 읽으며 지성의 끈을 놓치지 않는 사람들만이, 21세기에도 인간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노력해야 하지만, 특히 젊은이들 손에 모바일이 아닌 책을 쥐어줄 궁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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