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음력 1월 15일로 정월 대보름이다. 이날은 일년 중 가장 많은 의례와 놀이가 집중된 날로 세시적인 의미가 매우 컸으며 과거에는 설 명절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명절이었다. 정월 대보름에 관한 세시 풍속을 알아본다.<편집자>
대보름은 혈연중심적인 설날과 달리 공동체적 명절로 여겨져 지역자체에서 행사를 주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을 수호신에 기원을 비는 동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일년 한해 동안의 마을의 무사안녕과 주민들간의 화합을 다짐하는 날이다. 현재 서천에서도 대보름을 맞아 동제를 지내는 마을이 있다.
또한 마을 입구에 장승을 새로 깎아 세우는 장승제가 열리기도 한다. 대보름날에 행해지던 풍속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오곡밥먹기, 부럼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윷놀이 등으로 축소되었다.
정원대보름의 절기 음식으로는 찰쌀밥이 그 대표이다. 이를 상원절식(相元節食)이라 하는데 그 유래가 깊다. 조선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재위 479~500) 10년 정월 15일에 왕이 천주사에 행차했다가 날아가던 새가 왕에게 경고해주어 모반을 꾀했던 중을 활로 쏘아죽였다고 한다. 그 후 정월 대보름에 그 새의 은혜에 보답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대보름날에는 집안의 수많은 가택신을 모시는 날이다. 아직도 강한 전통이 남아있는 가택신에는 성주신, 삼신, 조왕신. 천륭신, 용왕신 등이 있다.
성주신(成主神)은 성조신(成造神)이라고도 하며 가옥을 담당한 신으로 집안의 여러 신들 중에서 가장 큰 신으로 받들었다. 그 기능은 가옥과 집안의 대주(垈主, 가장)를 보호한다. 성주신을 상징하는 신체(神를體)를 성주단지라 하여 항아리에 곡식을 담아 대청마루 한쪽에 모셔 받든다.
집을 지으면 ‘새 성주를 모셨다’ 하고 명절, 생일, 제사를 지낼 때도 성주상을 별도로 차려 바치며 굿을 칠 때에도 성주굿부터 친다. 성주신을 받드는 신앙은 지극하여 새로 집을 지으면 3년간 궂은 곳을 가지 않는 풍습도 생겼다.
삼신은 아이를 점지하여 주는 신으로 ‘삼신 할매’, ‘삼시랑 할머니’로도 불리는 여신이다. 삼신은 아기의 성별, 건강, 수명까지 관장하는 신으로 여기기 때문에 모시는 제의는 극진하다.
생일날 아침이면 안방의 윗목에 미역국과 떡으로 삼신상을 바치는 제의는 지금도 행해지고 있으며 그 앞에서 아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비손’을 하기도 한다.
조왕신(조王神) 부엌을 담당하는 화신(火神)이다.
부엌은 집안 살림살이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아궁이의 불은 재산, 재물을 의미한다. 조왕을 부엌이란 말과 공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조왕신이 있는 곳은 부엌 아궁이 큰솥 뒤 중앙이며 그 신체는 조왕단지이다. 여기에는 정화수가 담겨있다.
부엌에서의 생활은 항상 조신하고 단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조왕신의 노여움을 사 집안에 재앙이 있게 된다고 믿는다. 조왕신은 섣달 그믐날에 하늘로 올라가 그 집 대주의 옳고 그름을 옥황상제에게 보고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날에는 잠을 자지 않고 부엌에 불을 켜두며 조왕신을 극진히 모신다.
천륭신은 집안의 뒤꼍 장독대에 깃들어 있는 신이다. 천륭을 주령(主嶺)이라고도 하는데 마을의 수호신이 깃들어 있는 곳을 천륭, 주령이라 하며 집안의 천륭은 집안을 수호하는 신이 있는 곳이다. 천륭신이 깃들어 있는 뒤꼍의 나무나 흙 등은 함부로 손대지 않으며 집안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긴다.
용왕신은 우물에 깃들어 있는 신으로 물을 다스리는 신이다. 따라서 우물가에서의 언행과 몸가짐은 항상 조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우물에 변고가 생긴다고 한다. 한밤중이면 용왕의 조화로 우물물이 크게 뒤집히면서 아름다운 물꽃이 피어나는데 이것이 정화수이다. 이 정화수를 길어다 치성을 드리면 그 정성이 신에게 미친다 한다. 명절 때면 우물의 용왕에게도 제상을 바친다.
이밖에도 칙신, 삼신, 지신, 업신, 문간대신 등의 가택신이 있는데 이같은 가택신앙은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이 깃든 민속신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