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라(열왕기상3:25)”는 판결을 반기는 이는 누구인가? 적어도 엄마 행세는 해 왔던 사람이다. 절실하지만 뒤틀린, 하지만 자기 서사는 넘치는 사람이다. 그 결과가 어찌됐든 반쪽이나마 가져보려는 지독한 목표를 꼭 붙들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서 “야, 너 참 열심히 산다.” 소리 좀 듣는 사람들과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솔로몬 왕의 판결을 통해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가 구별되었지만, 그 지혜로운 왕도 결국 간난아이를 번쩍 들어 칼을 들이대는 시늉을 하고 나서야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AI 기술이 인간세계의 기존 윤리를 위협할 만큼 발전되어 가는, 바야흐로 딥페이크의 시대가 아니던가!
아이를 반으로 자르라는 판결에 대한 동의는 너무나 처절하고 절박한 듯하여 보고 듣는 이에게 비현실적인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악다구니만 살아남는 세상에서 어찌 보면 흔하고 보편적인 처세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투쟁도 결사투쟁이어야 제 맛이고 연행도 입틀막 연행이어야 뭔가 좀 더 제대로 된 연행 같다. 배수진, 벼랑 끝이 일상이다. 의사도 국회의원도 노동자, 농민도 모두모두 결사항쟁이니, 솔로몬 왕이 환생하여 돌아와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에 헌법재판소 자리까지 분신술로 다 꿰차고 앉아 있다 하더라도 사태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간 개개인을 자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엄마라고 비유했을 때, 인간, 특히 남자인간은 죽을 결정을 스스로 많이 한다는 점에서 가짜 엄마 행동은 인간 유전자 레벨에서 이해해야 한다. 삶은 버겁고, 나는 지쳤고, 작은 위로가 필요했을 뿐이지만 결국 지나친 음주, 흡연, 도박, 폭력, 불법 다운로드를 결정하는 인간은 스스로의 신체 예산을 통제하지 못하고 파멸의 길에 이른다. 엄마라는 말은 너무도 숭고하여 마지막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어떤 의심도 불손하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신이시여! 가짜 엄마를 가려낼 지혜를 주소서!
2023년 서래야 쌀 수매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로 서천의 쌀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벼값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친환경 농업의 명암이 무엇이냐. 서래야라는 서천의 쌀 브랜드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느냐, 농협과 통합 RPC는 잘 판매하고 있느냐, 무엇보다 행정은 예산을 잘 배분하고 사태를 잘 조정하고 있느냐, 대표성을 가진 농민과 농민단체들은 자기 앞의 감을 넘어 미래를 내다보고 있느냐, 질문은 정리되지 않고 칼과 창이 되어 허공을 가르며 서로를 찌른다. 1년 앞의 더 큰 불행이 훤히 보이는데도 행정과 농협과 농민은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오래된 일이다. 각자의 자리에서만 장님 코끼리 더듬듯 일 해왔다. 누구도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누구도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는다. 삼등분으로 쪼개져 피가 철철 흐르는 서천의 쌀 농업을 눈앞에서 확인하고도 자기 손톱 밑의 가시만 아프다.
불행히도 막차는 떠났다. 첫차가 돌아오기 까지 긴 새벽을 견뎌야 한다. 어설프고 우습게 봉합하려 하지 말고 각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공론화하자. 서천 농업의 현실과 농업 주체들의 민낯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자. 뉴스서천 지면에 농정당국과 농협과 농민이 각자의 입장에서 논쟁적인 인터뷰를 싣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가짜로 울부짖고, 뒤에서 떠벌이고. 서로서로 비방하며 산 자식을 반으로 가르는 가짜 엄마가 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