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해당 방면에서 일가를 이루었거나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이들이다. 하지만 비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모두 허술하거나 서툰 것만은 아니다. 비전문가 중에도 전문가 못지않게 상당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 열정을 바치는 비전문가는 우리 주변에 꽤 많다. 외래어로는 아마추어라 하고 한자어로는 소인(素人)이라고 하며, 아마추어 연극을 소인극(素人劇)이라고도 한다. 이들 용어는 일본에서 건너와 한동안 입말과 글말로 우리 곁에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용어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다.
국어사전에 아마추어를 가리키는 특별한 용어가 실려 있다.
일요화가(日曜畫家): 평일에는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
이 말은 서양에서 생겨난 개념을 일본 사람들이 들여와 한자로 번역해서 사용하던 말이다. 꼭 일요일에만 한정해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겠지만, 그림을 본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 생활처럼 여기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일요화가로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이 프랑스의 화가 앙리 루소다. 앙리 루소는 하급 공무원 생활을 하다 파리 세관에서 세금징수원으로 일했다.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그림을 그렸으며, 앵데팡당전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평단의 외면을 받는 바람에 오랫동안 외롭게 자신만이 알아주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세관에서 퇴직한 말년에야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사후에야 중요한 화가로 평가받으며 많은 이들이 앙리 루소의 그림을 좋아하게 됐다.
앙리 루소는 정식으로 그림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 평생 생계를 걱정하며 직장이 쉬는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렸기에 사람들이 그를 일요일의 화가라고 불렀다. 고갱도 초기에는 일요화가로 출발했으나 나중에는 화가를 본업으로 삼았고, 피카소로부터 화가로 나서도 성공할 거라는 말까지 들었던 처칠도 일요화가로 불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에 김인승 등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 화가들을 모집해 일요화가회라는 단체를 만든 다음 미술 강좌와 스케치 대회 등을 열었다. 지금도 지역에서 일요화가회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 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박정희 대통령 시절 2인자 노릇을 했던 김종필도 일요화가로 활동했다. 그림을 잘 그렸던 김종필은 한국일요화가회의 정식 회원이었으며, 명예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아마추어는 대부분의 분야에 걸쳐 있다. 그렇다면 화가가 아닌 문학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등단 같은 절차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열심히 쓰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있다.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도 국어사전 안에 있다.
일요작가(日曜作家): 평일에는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일요일에만 작품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
일요화가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지만 일요작가라는 용어를 쓰는 이는 거의 없다. 누군가가 일요화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만들었겠지만 쓰임새도 없는 말을 굳이 국어사전 안에 끌어들여야 했을까? 찾아보니 일본어 사전에는 없지만 일본 웹사이트에서는 쉽게 발견되는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