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물풀매라는 낱말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지면이 짧아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이 많다. 국어사전에서는 물풀매를 풀이하면서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새를 쫓기 위해 돌을 던지는 도구라고만 했으나, 민속놀이인 돌싸움 즉 석전(石戰)에서도 사용했고, 전쟁을 할 때도 물풀매를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고려사>에 석투(石投)라는 명칭의 군사 조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이전인 신라 때도 석투당(石投幢)이라는 군사 조직이 있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투를 할 때 살상 무기로 돌을 활용하는 전술을 개발해서 활용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 만큼 고려거란전쟁에서 물풀매를 이용해 적군을 공격하는 장면이 크게 이상할 건 없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물풀매 풀이에 여러 지역의 방언이 소개되어 있다. 전라북도 완주에서는 줄팽개, 전라남도 보성에서는 헐끈팽매, 경상북도 울진에서는 노팔매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건 ‘줄팽개’라는 말이다. ‘팽개’라는 말은 따로 표제어에 없지만 대신 아래 낱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팡개: 논밭의 새를 쫓는 데에 쓰는 대나무 토막. 한 끝을 네 갈래로 갈라서 작은 막대를 ‘十’ 자로 물려 묶은 것을 흙에 꽂으면 그 사이에 흙이나 돌멩이가 찍히게 되는데, 이 흙이나 돌멩이를 새에게 던진다.
팽개와 팡개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물풀매의 방언으로 소개된 낱말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다. 줄팽개의 ‘줄’은 끈을 말할 테고, 헐끈팽매에 쓰인 ‘헐끈’은 허리띠의 방언이다. 그런가 하면 노팔매의 ‘노’는 노끈과 연결해 볼 수 있다. 모두 물풀매를 가리키는 낱말이므로 물건의 특징에 맞춘 용어인 셈이다. 대나무 토막을 이용했다는 ‘팡개’와 유사성은 있지만 다른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용도가 같으므로 ‘팽개’와 ‘팡개’를 혼용해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에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팡개’ 항목을 찾아보니 ‘팡개’를 지역에 따라 ‘팽개’ 혹은 ‘팽매’라는 말로도 불렀다고 한다.
엄흥섭이 동아일보에 발표한(1938.10.1.) 소설 『“우야라” “워야라”』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대부대의 떼새가 이웃 논에 습격을 오면 제 손으로 이동대가 올까 초조한 마음에 팡개를 높이 들어 돌팔매를 던지며 “우이― 이놈의 새들―”하고 또 한 알을 쓰는 것은 처녀군들 틈에 끼인 총각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로 ‘팽개치다’가 있다. 이 말이 ‘팡개’에서 왔다는 걸 모르는 이들이 많다. 집어던지는 행위를 생각하면 유사성에 공감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팡개라는 물건을 구경할 기회도 없거니와 팡개와 함께 팽개도 사라지고 다만 ‘팽개치다’라는 말에서 옛말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아래 낱말을 들어본 이는 또 얼마나 될까?
태: <농업> 가을철에 논밭의 새를 쫓기 위한 매끼. 짚을 꼬아 만든 줄 끝에 삼, 말총, 짐승 가죽 따위를 매어 만드는데 이것을 둘러서 치면 그 끝이 휘감기게 되어 총소리와 같은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