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소동파 왈, 공자님도 그 배움은 책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소동파 왈, 공자님도 그 배움은 책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03.20 16:13
  • 호수 11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공부에 관한 한 인류 천고의 명언을 한 줄 들라면 아마도 논어 학이편 첫 줄이 아닐까 한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워 때에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않으랴. 이 문장은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대부분은 알고 있는 문장이다. 다만 읽는 이에 따라서 가정법으로 읽느냐 부정법으로 읽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혹자의 읽기에 따라서 자왈子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불역열호不亦悅乎,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불역락호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이면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이렇게 ’ ‘’ ‘이면으로 읽게 되면 공부가 조건에 종속이 된다.

이러한 공부는 기쁨 이전에 앞서 피곤하다. 공부는 자체만으로도 평안이어야 한다. 공부는 해야만 하는 부담이 아니라, 공부하는 즐거움이며 공부하는 기쁨이다. 물론 이렇게 읽든 저리 읽든 바늘 끝에 천사가 몇 명 앉은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마는 여기서 학이시습지하고 구결을 을 붙여야 한다면 학이시습지 다음 글자에 이 따라와야 한다.(논어에서 즉은 전부는 아니어도 일정부분 ’ ‘이면’ ‘하면으로 읽히기도한다.)

그러나 본문에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라고 되어있을 뿐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다음에 오는 첫 글자에 이 없으므로 굳이 을 토로 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우는 그렇게 읽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하듯 논어에는 논어에서만 읽어줘야 하는 논어독법이라는 게 있다. 평소에는 무심코 읽어가다가도 어느 특정 단어나 끊어 읽기, 성조聲調(모든 한자에는 4성이 있어 그 글자마다 표기된 사성 성조의 음의 높낮이에 따라 음송吟誦한다)에 이르면 그 문장의 종지(宗旨핵심사상이나 가르침)가 드러난다. 읽는 자는 그것을 찾아 지켜가면서 글을 읽어준다면 이 또한 그 글맛이 그럴싸하기도 하다.

고전이라는 옛글은 그 시대의 독법으로 읽어주는 것이 우선은 맞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자님의 공부의 규정은 이 맞다. 후학에 따라 이것을 조금씩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 대략 200년쯤 후학 순자는 공자님의 앞에 글자를 하나 덧붙여서 권학勸學이라 하여 후학을 위해 권학문까지 지은 바 있다. 그로부터 얼추 천년쯤 뒤에 후학 주자는 공자님의 에 뒤로 두 글자를 더 붙여 학즉효學則效’<주자 논어집주 학이편>를 말했다. 쉽게 말해서 공자님의 학. 곧 공자님의 배움을 철인 순자는 남에게 권하는 공부로 풀이했고. 북송의 거유 주자는 자신에게 권하는 스스로의 본받음으로 풀이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공부는 배움이요 배움은 본받음이라는 말이다. 율곡 이이 선생은 본받음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가 42세에 쓰셨다는 격몽요결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으로 태어나서<인생사세人生斯世> 공부하지 않는다면<비학문非學問>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나니<무이위인無以爲人>, 이른바 공부라고 하는 것은<소위학문자所謂學問者> 또한 일상생활을 벗어난 특별한 일이 아니다.<역비이상별건물사야亦非異常別件物事也>”

그리고 같은 책 1장 입지장에는 이렇게 시작한다. “처음 공부를 하는 자는<초학初學> 모름지기 먼저 뜻을 세워야 하나니<선수립지先須立志> 반드시 성인에 이르겠다며<필이성인必以聖人> 스스로를 기약하며<자기自期>, 한 호리라도 자신을 폄훼하여 핑계대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아니되니라.<불가유일호자소퇴탁지념不可有一毫自小退託之念>”

율곡 공께서 쓰신 격몽요결이라는 책은 조선 사대부가에서 어린 자녀라면 붕당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다 읽어야 하는 책이다. 책의 훌륭함으로 친다면야 성인께서도 읽어보신다면 탄복하고 가실 만하다 하겠다. 요즘처럼 밝은 시대에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하여 이런 책은 눈을 비비고서라고 구해 읽어야 한다.

소동파는 이씨산방장서기李氏山房藏書記에서 공자님이 훌륭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공자님도<자공자성인自孔子聖人> 그 배움은 반드시 책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기학필시어관서其學必始於觀書>” 공자님의 논어든 율곡 공의 격몽요결이든 반드시 읽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