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가 도가 있으면<천자자유도天子者有道> 백성들은 그를 떠받든다.<즉인추이위주則人推而爲主> 그러나 천자가 무도하면 백성들은 천자를 몰아낸다.<무도죽인기이불용無道則人棄而不用> 이런 일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성가외야誠可畏也>
본래 이말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이다. 훗날 당태종이 <정관정요> 권1에서 한 말로 기록되어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순자荀子> 왕제王制 편은 이렇게 기록한다.
“군주야君舟也 인수야人水也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
“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엎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해서 임금이 정치를 잘하여 백성이 등 따숩고 배부르고 몸과 마음에 걱정이 없으면 백성은 그런 임금을 잘 따르지만, 임금이 임금 노릇을 제대로 못 하여 백성들이 춥고 배고프고 몸도 마음도 힘들다면 백성은 견디다 못해 멀리 도망을 가거나 임금을 몰아내는 지경에까지 이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논어> 헌문편14-39문장은 이렇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현자는<똑똑한 백성> 바르지 못한 세상을 피하며<현자피세賢者辟世>, 덜 현자는 공부하는 마을을 피하며<기차피지其次辟地>, 더 덜 현자는 모친 얼굴뵙기를 피하며<기차피색其次辟色>, 더더덜 현자는 공부라는 말 자체를 피하니라<기차피언其次辟言>.”
임금이 할 일은 다른 게 아니다. ‘무민이정撫民以靜’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저 나라 안 백성들을 돌아보고 다독이고 몸도 마음도 편하게 해주며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논어> 자로편13-16문장에서 하루는 섭공이 물었다. “정치가 뭡니까?<섭공문정葉公問政>” 그러자 공자님께서 말한다<자왈子曰> “가까이 있는 백성에게는 기쁨을 주어<근자열近者說> 멀리 있는 백성들에게까지도 돌아올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일<원자래遠者來>”이라 했다.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이끄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해 온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공부가 부족한 이들이 천하를 겨루기도 하고 천하를 거머쥐기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그에 따른 결과는 고통은 오롯이 백성들의 몫이라는 데 있다. 이런 일을 익히 아시는 공자님이시기에 공자님께서는 그런 인류에게 공부하라고 권하셨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 할 가르침은 없다. 다만 그의 제자 증자에 이르러 치국에 이르는 공부가 어떠해야 함을 밝히고는 있다. 이를 대학에서는 ‘삼강팔조목’이라 하는데 삼강령은 세 개의 벼리이니, 자신의 밝은 덕성을 밝히는 ‘명명덕明明德’이며 백성을 자기 몸처럼 아끼는 ‘신민新民’이며 지극한 선의 경지에 머무는 ‘지어지선止於至善’이다.
이를 실천해야 하는 덕목으로 팔조목이 있는 바 사물의 이치를 꿰뚫으며<격물格物>, 이치를 꿰뚫으면 알게 되며<치지致知>, 알게 되면 뜻이 성실해지며<성의誠意>, 성실해지면 마음이 바르게 되며<정심正心>, 마음이 바르게 되면 몸이 닦이며<수신修身>, 몸이 닦이면 집안이 가지런해지며<제가齊家>, 집안이 가지런해지면 나라는 다스려지니<치국治國>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야 천하는 평안해지니라.<평천하平天下> 그러므로 위로는 천자 제후로부터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공부의 근본으로 삼는 바인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공부가 된 군주라야 이를 현군이라 하는데 맹자孟子 등문공장구상滕文公章句上5-4문장은 이렇게 말한다. “현군은<賢者> 백성들과 함께 밭을 갈고 먹으며<여민병경이식與民並耕而食> 손수 밥을 짓고 정치를 하나니<옹손이치饔飧而治>”
<맹자> 양혜왕장구 하편에서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 했다. ‘백성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말이다. 맹자는 법과 원칙을 앞세운 법도정치를 말한 것도 아니고, 힘과 권력을 내세우는 패도정치를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인의人義와 양덕讓德으로 다스리는 왕도정치만이 백성을 살리고 군주를 이롭게 하며 나라를 튼튼하게 한다고 설파한 인물이다. 정치의 기본은 민본으로 백성을 헤아리는 공부를 어려서부터 해온 자만이 훗날 성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