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사람을 아는 공부를 하려면 논어를 읽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사람을 아는 공부를 하려면 논어를 읽어야 한다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05.03 18:04
  • 호수 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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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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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는 선비의 심신수양서心身修養書가 아니라 사람을 보는 능력을 가르치는, 군왕君王을 위한 지인지감知人之鑑 교과서이다. 제왕학에는 두 개의 서사를 갖는다. 만기친람萬機親覽과 인사만사人事萬事가 그것이다.

군왕은 백성을 등 따습고 배불러 날마다 하하 호호 웃음이 넘치게 치리하든가 아니면 아랫사람을 제대로 천거 받아서 그 아랫사람으로 하여금 백성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하든가 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인지감知人之鑑의 지는 사람을 안다는 의미의 지로 읽어야 하며, 은 사물을 잘 분별하는 식견을 이른다.

논어라는 영산靈山을 가로지르는 영맥 중에는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는 도도히 흐르는 지맥知脈?이 있다. 그 첫 시작을 논어 학이편 1-1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배워 시간을 내어 익히니<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또한 기쁘지 않으랴.<불역열호不亦說乎> 벗이 있어<유붕有朋> 먼 데로부터 찾아오니<자원방래自遠方來> 또한 즐겁지 않으랴.<불역낙호不亦樂乎> 남이 나를 알지 않아도 서운치 않나니<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또한 군자답지 않으랴.<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이 말을 조금 연의衍義한다면 배워 기쁘셨는가 그러시다면 군자되시게쯤으로 읽힐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군자는 평민이기 보다는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위치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군자의 위치인 치자가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왜 사람을 알아봐야 하는가. 백성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이 무엇인가. 백성으로 하여금 걱정없이 살게 해주는 것이다.

증자는 백성을 다스리기에 앞서 먼저 두 개를 선행하라 한다. 수신修身과 제가齊家가 그것이다. 명말 청초의 학자 고염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신도 덜된 것이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은 위태한 일이요 제가도 안된 것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인지감知人之鑑이 아니 된 자를 항룡유회亢龍有悔라 했다.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용이 하늘 높이 이른다면 모욕을 당함이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회는 후회한다고도 읽지만 스스로 썩어 무너져 내린다는 의미로도 읽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자에게는 귀하지만 자리가 없으며<귀이무위貴而無位> 높으나 따르는 백성은 없으며<고이무민高而無民> 현자가 그 아래에 있다 한들 도움이 아니 되나니<현인재하위이무보賢人在下位而無輔> 이로써 하는 일마다 모욕당하는 일이 있느니라.<시이동이유회야是以動而有悔也>

지인지감은 조선시대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인조17723일 기록은 이렇게 전한다. “최명길이 아뢰길<최명길왈崔鳴吉曰> 인재를 알아보고자 하여도<욕지인재欲知人才>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이무식감而無識鑑> 없어 알지 못합니다.<부득지의不得知矣> 소하가 한신을 알아본 일은<소하지어한신蕭何知於韓信> 기이하다 할 만 합니다.<하위기의何謂奇矣> 신의 식견이<신지식견臣之識見> 어찌 소하에게 미칠 수 있겠습니까.<하이급지何以及之> 인조임금이 말한다<상왈上曰> 노수신이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했으니<노수신거이순신권율盧守愼擧李舜臣權慄> 인재를 알아보는 지인지감이 있다 할 만하다<하위유지인지감의何謂有知人知鑑矣>”

논어 안연편12-22문장에서 번지가 지를 물으니<문지問知>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사람을 아는 것이니라<지인知人>”라고 했다. 사람을 아는 것은 그냥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처세술에 관한 글이 부지기수이나 사람을 아는 것에 관하여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을 아는 것은 옛책을 찾아 읽는 길 외에는 달리 정도든 권도든 없다.

실패한 혁명가 임표林彪가 했다는 말로 전하는 글귀가 있다. “집밖에 나오지도 아니하고 논어를 읽어댄다면<불출독논어不出讀論語> 사람을 알아보는 데 별 탈은 없으리라.<즉지인무구則知人無咎>” 논어책에는 156명의 인간 군상이 나온다. 모주석이 생전에 7권의 책을 외웠다는데 그중 하나가 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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