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과메기를 떠올릴 법하다. 관목(貫目)이 변해서 된 말이라고 하는 과메기는 겨울철에 바닷바람을 이용해 말린 청어나 꽁치를 뜻하는 말인데, 청어 어획량이 줄면서 요즘은 대부분 꽁치를 사용해서 만든다.
정일근 시인이 쓴 「착한 시」라는 시에 물고기의 새끼를 일컫는 용어가 줄줄이 나온다. “가오리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라는 첫 행에 이어 “청어 새끼는 굴뚝청어”라는 구절이 이어진다. 굴뚝청어를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굴뚝청어(굴뚝靑魚): <동물> 겨울에 많이 잡히는, 덜 자란 청어.
소와 송아지처럼 어미 짐승과 새끼 짐승의 명칭이 다른 건 흔한 일이어서 청어의 새끼를 뜻하는 말이 있다는 게 이상할 건 없다. 그래도 풀이를 보면서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건 ‘굴뚝’과 ‘덜 자란’이 왠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어를 다룬 백과사전이나 연구자들이 쓴 글을 찾아봐도 ‘굴뚝청어’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옛 신문 기사를 비롯해 이리저리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굴뚝청어라는 명칭이 정말 있기는 한 건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같은 물고기라도-다른 동식물도 마찬가지지만-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는 이름이 많다. 청어도 마찬가지여서 포항 쪽에서는 푸주치와 눈검쟁이, 울산 쪽에서는 갈청어와 울산치, 영동 쪽에서는 등어, 서울 지역에서는 비웃과 구구대라는 말을 썼다. 국어사전에서는 비웃을 풀이하며 ‘청어를 식료품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만 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쓰지 않던 말이다. 청어가 흔하고 값이 싸서 가난한 선비를 살찌우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비유어(肥儒魚)라 했으며, 이 말에서 비웃이 나왔다는 설이 있다. 이유원이 편찬한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비웃을 음차한 것으로 보이는 비우어(肥愚魚)라는 명칭도 나온다. 구구대는 알을 밴 커다란 청어를 뜻한다. 이 밖에도 영남 지역에서 과미기, 과목이, 과목숙구기 같은 말을 썼다고 한다. 어쨌거나 ‘굴뚝청어’라는 명칭은 어디서도 사용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경북 영덕읍 창포리 3구. …이 포구에는 유독 청어가 많이 나서 겨우내 추녀 아래 굴뚝 곁에 청어를 매달아 놓고 차가운 해풍에 꾸덕꾸덕 말려 과메기를 만들어 먹었다는군요.(문화일보, 2007.12.12.)
▶처마 밑에 청어나 꽁치를 매어 놓으면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에 의해 자연 훈제가 되고 차가운 온도에 의해 자연 동결 건조가 이뤄지는 게 번갈아 진행된다.(한국경제신문, 2009.01.04.)
기록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는 부엌에서 나오는 연기를 이용해 청어를 훈연(燻煙)했으며 이런 청어를 연관목(烟貫目)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굴뚝청어는 ‘덜 자란 청어’가 아니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훈연 처리한 청어를 가리키던 말이 아니었을까?
고심청어(고심靑魚): 전라남도 순천의 바닷가에서, 큰 청어를 이르는 말.
왜 하필 순천일까? 내가 찾아본 자료에는 모두 전남 쪽에서 청어를 이르던 말이라고만 했을 뿐 순천을 특정한 건 보지 못했다. ‘고심’을 앞에 붙인 이유가 있을 텐데 알 길이 없다.